
처음 가본 웨딩컨설팅 상담실의 분위기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사실 별거 없었다. 그냥 남들이 다 가본다는 웨딩컨설팅 업체에 예약을 잡았을 뿐이다. 압구정 근처에 있는 큰 빌딩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묘하게 압도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상담실은 조용하고, 벽면에는 앨범들이 가득했다. 플래너님은 참 친절했는데, 왜인지 모르게 내 취향을 말할 때마다 조금씩 수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나는 깔끔하고 심플한 걸 좋아한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여주시는 드레스 화보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비즈가 가득한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다 전문가의 안목인가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내가 정말 원하던 건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머메이드 드레스에 대한 이상한 고집
사실 나는 예전부터 머메이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었다. 뭔가 우아하면서도 딱 떨어지는 핏이 좋았으니까. 상담을 받을 때도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플래너님 표정이 아주 잠깐 멈칫하는 걸 봤다. ‘신부님 체형에는 퍼지는 라인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는데, 그 한마디에 갑자기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300만 원 정도 하는 드레스 패키지 상담을 받으면서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돈을 쓰려는 건가 싶었다. 머메이드가 안 어울린다는 게 아니라, 왜 내가 내 로망을 타인의 기준에 맞춰 수정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면서도 그 자리에선 그냥 ‘아, 네, 그럼 다른 것도 볼게요’라고 답했다. 그 순간이 왜 이렇게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압구정까지 가서 받은 피부관리의 허무함
결혼식 앞두고는 다들 피부관리 받길래,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압구정 피부관리 샵을 몇 군데 알아봤다. 1회에 20만 원이 넘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는데, 막상 가보면 별다를 게 없었다. 1시간 정도 누워있다 나오면 얼굴이 좀 환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다음 날이면 금방 원상복구 되는 느낌이다. 꾸준히 받으면 다르다는데, 식 앞두고 벼락치기 하듯이 가는 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집에서 푹 자고 맛있는 거나 더 챙겨 먹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안 받으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아서, 오늘도 예약을 미루지 못하고 있다.
웨딩 촬영 커플룩 고르다 지친 오후
웨딩 촬영을 앞두고는 커플룩 고르는 게 제일 큰 일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을 몇 시간이나 뒤졌는지 모르겠다. 너무 캐주얼한 건 싫고, 그렇다고 너무 딱딱한 예복 느낌은 웨딩 촬영 같지 않아서 애매했다. 결국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로 맞추기로 했는데, 막상 맞춰놓고 보니 너무 평범해서 또 고민이 됐다. 촬영 날엔 스튜디오 분위기에 맞춰야 한다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면 너무 무난해서 후회하는 거 아닐까. 사람들은 다들 예쁘게 잘만 준비하던데, 나는 왜 사소한 결정 하나에도 이렇게 에너지가 다 빠지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성혼의 무게
상견례 이야기도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누구는 예비 시부모님과 기싸움을 했다느니, 누구는 생각보다 너무 잘 맞아서 다행이라느니 하는데 나는 사실 그 단계가 제일 두렵다. 그냥 우리 둘이 좋아서 하는 결혼인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과 조건을 맞춰야 하는지. 어쩌면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도 모른다. 가전제품을 고를 때도 용량은 얼마나 해야 할지, 디자인은 거실 분위기에 맞을지 따지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결국은 어떻게든 식은 올라가고 시간은 흐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내가 뭘 준비하고 있는지 가끔 멍해질 때가 있다. 이게 정말 내가 바라던 그림이었는지, 아니면 남들이 그려놓은 그림을 따라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화이트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라니, 사진 찍고 나면 정말 깨끗할 것 같아요. 저는 옷 고르는 것보다 메이크업이 더 고민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