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입비만 수백만 원, 이게 맞는 건가 싶었던 날
결국 고민 끝에 강남역 근처에 있는 한 결혼정보회사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주변에서 하도 주변 지인들이 결혼을 안 하냐며 볶아대는 통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시점이었다. 상담을 받으러 간 날, 상담 실장님은 내 프로필을 슥 보더니 등급이라는 것을 매기기 시작했다. 대략 가입비는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를 오갔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게 적은 돈도 아닌데 덜컥 결제를 하려니 손이 떨렸다. 내가 무슨 상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도대체 이 돈을 내고서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프로필 사진 촬영부터 고비의 시작
가입을 결심하고 나니 그다음은 사진이었다. 스튜디오를 예약하고 옷도 새로 사고, 전문가에게 메이크업까지 받았다. 평소에 화장을 진하게 하는 편이 아닌데, 거기선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장을 해주더라. 그렇게 찍은 사진을 보는데 거울 속의 내가 낯설었다. 내가 아닌 것 같아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게 시스템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 하나 찍는 데에만 또 20만 원이 나갔다. 이미 가입비로 적지 않은 돈을 냈는데, 부대 비용이 계속 붙는 느낌이었다.
첫 번째 만남, 그리고 묘하게 불편했던 분위기
드디어 첫 번째 소개가 들어왔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직업도 나쁘지 않았다. 종로에 있는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는데, 대화가 끊길 때마다 느껴지는 그 서늘한 정적이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서로 서류상으로는 검증이 됐다고 하니 의심할 필요는 없었지만, 사람이 사람을 보고 설레는 게 아니라 이력서를 보고 점수를 매기는 기분이랄까. ‘이 사람도 나를 지금 평가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드니 밥 먹는 내내 체할 것만 같았다.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고 나왔는데, 사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시스템 속에서 소모품이 된 기분
몇 번 더 나가보니 슬슬 지쳤다. 회사는 매주 새로운 리스트를 보내줬는데, 가끔은 내가 원하지 않는 조건의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 매니저에게 전화를 해서 이건 아니지 않냐고 물어보면, “지금 인기가 많은 회원이라 빨리 만나봐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게 다 마케팅 수법인 걸 알면서도, 막상 거절하면 내 순번이 뒤로 밀릴까 봐 억지로 나가게 되는 내 모습이 참 한심했다. 주변에서는 결혼정보회사 가면 다 해결될 것처럼 말했지만, 현실은 그냥 비싼 돈 내고 하는 소개팅의 연속일 뿐이었다.
어쩌면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했을지도
만남 횟수가 서서히 줄어들고, 계약 기간이 반쯤 지났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누구를 만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냥 결혼했다는 타이틀이 갖고 싶은 걸까. 얼마 전에는 어떤 모임에서 연락이 왔는데,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을 알선해준다는 말에 덜컥 겁부터 났다. 돈을 내고 사람을 사고파는 이런 구조 자체가 내 정서와는 너무 맞지 않는 것 같다. 며칠 전 매니저가 다시 연락해 새로운 사람을 소개하겠다고 했는데, 왠지 또 그 불편한 자리에 앉아있어야 할 걸 생각하니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 돈을 다 쓰고 나면 나는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지금으로선 딱히 확신이 서질 않는다.
서류를 보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의 문이 닫히는 것 같았어요. 정말 착취적인 느낌이 들었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낯설어 보이는 제 모습이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 같아요. 시스템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드는 분들이 많으시다는 게 안타깝네요.
사진 찍을 때마다 과하게 화장하는 게 좀 부담스럽네요. 평소에 화장을 잘 못하는 저에게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