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그냥 심심풀이였다
주말에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알리거나, 아니면 대전 어딘가에서 하는 소규모 동호회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불편했다.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밤 있잖나. 술기운이 조금 올라온 상태에서 ‘남자친구 사귀는 법’이라고 검색창에 쳐봤던 게 화근이었다. 연애상담소 같은 블로그 글들을 몇 개 읽다 보니 뜬금없이 소개팅 어플 광고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런 걸 깔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에 이름만 들어본 유명한 어플 두어 개를 다운로드했다. 가입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얼굴 사진을 인증해야 하고, 직장이나 학력 같은 걸 입력하는데 왠지 모르게 내 정보를 다 털리는 기분이 들어서 중간에 몇 번이나 나가기를 반복했다.
결정사 비용을 듣고 현실 감각이 돌아왔다
한 번은 호기심에 정말 이름 있는 결혼정보회사 상담 전화도 받아봤다. 상담원이 꽤 친절하게 이것저것 물어보길래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가입 비용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백만 원 단위의 금액을 선뜻 내기에는 내 통장 잔고가 너무 가벼웠다. 성례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 만남에 그 정도를 투자하는 게 맞나 싶었다. 그때 상담원이 말하기를, 요즘은 무료 소개팅 어플들도 잘 나와서 가볍게 시작해보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앱 스토어를 켰다. 플롯이니 뭐니 하는 후불제 어플들도 눈에 띄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프로필 사진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는 게 피로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몇 명이랑 대화를 나눠봤는데, 뻔한 인사말만 오가다 보니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은 회의감이 금방 찾아왔다.
얼굴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피로감
앱을 켜면 일단 위치 기반으로 근처 사람들을 보여준다. 대전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을 추천해주는데, 가끔 아는 사람이 뜨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도 든다. 어플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한 번 대화를 시작하려면 무슨 아이템을 사야 하거나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다. 어떤 곳은 ‘지인 차단’ 기능이 무료라는데, 내 연락처를 다 동기화해야 해서 그것도 찝찝해서 못 했다. 대화를 해봐도 다들 처음엔 예의 바르게 행동하다가도, 며칠 지나면 연락이 끊기거나 아니면 대뜸 이상한 링크를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뉴친소’ 같은 곳에서 몸캠 피싱 주의보가 떴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사람이 보이면 바로 차단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런 걸 하나하나 거르다 보니 연애가 아니라 무슨 보안 업무를 하는 기분이다.
동호회나 모임이 차라리 나을까 고민하게 된다
어플에서 대화하는 사람들은 다들 비현실적인 캐릭터 같다. 다들 자기 잘난 점만 나열해놓고, 사진도 보정이 심하게 들어간 것 같아서 실제로 만나면 전혀 다른 사람일 것 같은 불길함이 있다. 차라리 요즘은 ‘세이클럽’ 같은 채팅앱보다는 조금 더 건전해 보이는 모임 어플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운동 동호회나 독서 모임 같은 곳에 나가면, 적어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얼굴 보고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물론 그런 곳에서도 목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날까 봐 걱정되긴 한다. 한 번은 어플에서 만난 사람이 대전의 특정 카페에서 보자고 했는데, 약속 당일 갑자기 잠수를 타버려서 카페에서 혼자 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시고 돌아온 적이 있다. 그때 마신 커피값이 대략 5,500원이었는데, 그 돈이 아깝다기보다 주말의 귀한 시간 몇 시간을 날렸다는 사실이 너무 허무했다.
결국 다시 어플을 지웠다
결국 어플을 삭제했다. 세 번째 삭제였다. 한 달 정도 유지하다 보면 이상한 알림만 자꾸 오고, 정작 대화는 의미가 없으니 용량만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그냥 자연스럽게 만나는 게 최고라고 하는데, 그 ‘자연스러운’ 과정이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왜 이렇게 숙제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오늘 퇴근길에는 또 마음이 바뀌어서 다른 어플을 설치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딱히 기대하는 건 없는데, 그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가끔은 너무 적막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누가 소개팅 좀 시켜주면 좋겠는데, 요즘은 다들 각자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지 내 주변에는 그런 오지랖 넓은 사람도 없다. 다음에는 정말 안 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스마트폰 화면을 슥슥 넘기며 또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다.
계속 위치 기반 어플을 설치하는 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것 같네요.
플롯 같은 후불제 어플은 정말 번거롭다. 사진만 보고 사람 판단하는 게 얼마나 쉽고 현실적인지 모르겠네.
이름 있는 결혼 정보회사 상담 전화도 받아봤던 경험이 기억에 남네요. 비용 때문에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저도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깔았는데, 결국 광고 때문에 삭제하는 수가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