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실의 분위기와 상담비용의 압박
지난달에 호기심 반, 불안함 반으로 강남역 근처에 있는 결혼정보회사 상담을 예약하고 다녀왔다. 사실 친구가 먼저 가보고 괜찮다는 말을 하도 하길래 큰 기대 없이 들어섰는데, 막상 상담실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꽤 무거웠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어주면서 시작된 대화는 처음엔 평범한 일상 이야기였지만 금세 내 직장, 연봉, 부모님 환경 같은 개인적인 정보들로 좁혀졌다. 가장 놀랐던 건 가입비였다. 등급제라는 게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을 듣고 나니 정신이 아득해지더라. 최소 300만 원부터 시작해서 수천만 원대까지 옵션이 다양했는데, 이걸 내고 결혼 상대를 만난다는 게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그 자리에서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요즘 시대에 이 정도 투자는 다들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내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쏟아지는 매칭 서비스의 홍보
상담사님은 제이노블 같은 곳들이 공공기관과도 제휴를 맺고 있고, 파티나 이벤트가 많아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듣다 보면 정말 나만 빼고 다들 이런 시스템 안에서 효율적으로 짝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조급함이 생기기도 했다. 딘딘이 유튜브에서 결혼 상담을 받다가 쩔쩔매던 장면이 왜 그렇게 웃프게 느껴졌는지, 직접 겪어보니 더 와닿았다. 남들 눈에는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조건 만남’ 같아 보이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결혼이 무슨 입시 공부나 비즈니스 계약처럼 느껴져서 묘한 거부감이 들었다. 특히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말할 때마다 자꾸 현실적인 조건을 붙여서 조율하려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수원 공공예식장과 현실적인 생각들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고민하다가 문득 수원시에서 운영한다는 공공예식장 이야기가 떠올랐다. 거기는 식비가 5만 원 수준이라니, 결혼정보회사 가입비로 나갈 돈이면 예식장 비용의 절반은 해결하겠다는 계산이 들었다. 물론 지금 당장 결혼 상대를 찾는 게 급선무지만, 시스템에 의존해서 만나는 것과 직접 부딪혀가며 사람을 찾는 것 사이에서 무엇이 더 나은지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강남역 인파를 보는데, 다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건지 아니면 나처럼 고민하며 걷는 건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결국 그날 당장 계약은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상담사님께서는 연락을 주시겠다고 했지만, 왠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결정사에 돈을 쓴다고 해서 내 인연이 짠 하고 나타날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나만 도태되는 것 같은 불안함이 여전하다. 예전에 차예련이 남편 주상욱이랑 대화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결혼하지 말고 더 놀라고 했던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이렇게나 계산적이고 복잡한 일이었나 싶어 마음이 복잡하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가 해준 밥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이게 평범하고 행복한 일인데 왜 나는 자꾸 밖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는지 모르겠다. 다음 주에 또 다른 곳 한 군데 정도 더 가볼지, 아니면 그냥 소개팅 어플이라도 다시 시작해 볼지 아직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공공예식장의 가격이 5만 원이라니, 정말 신기하네요. 제가 생각해보니 비슷한 시스템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수원 공공예식장 생각 진짜 공감돼요. 결혼 준비 비용이 부담될 때 진짜 다양한 방법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