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사람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일
지난주 주말, 천안 신불당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소개팅을 했다. 사실 소개팅이라는 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낯설게 느껴진다. 20대 때는 그저 설레는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나갔다면 지금은 마치 서류 면접을 보러 가는 기분이랄까. 상대는 지인의 지인이 연결해준 공무원인데, 서른 중반이 넘어가니 주선자들도 이제는 대놓고 스펙이나 안정적인 직업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카페 분위기는 조용했고 주말이라 사람이 꽤 많았는데,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왜 그렇게 크게 들리던지 모르겠다. 커피 한 잔에 7천 원 정도 했던가, 요즘 물가가 정말 많이 오르긴 했다. 대화는 나쁘지 않았지만, 문득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결정사 가입을 고민하며 들었던 생각들
사실 결혼정보회사 상담도 몇 번 고민해봤다. 비용이 꽤나 부담스럽긴 하다. 보통 등급이 매겨지는 결정사 점수 이야기도 들었는데, 솔직히 그 점수를 듣고 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 같다. 후불제 결정사라는 곳도 있다고 해서 검색해봤는데, 이게 과연 나랑 맞을지 확신이 안 섰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이미 가입해서 몇 번 매칭을 받아본 애들도 있는데, 다들 하나같이 ‘사람 만나는 게 일이다’라고 말한다.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취미 모임 같은 것도 나가볼까 싶었는데, 막상 주말이 되면 그냥 집에서 쉬고 싶어지는 게 문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는 누구랑 같이 있는 게 오히려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너무 연애할 준비가 안 된 건지, 아니면 그냥 눈이 높아진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정치 성향과 가치관 사이의 미묘한 온도 차
요즘은 소개팅에서 정치 성향을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뉴스에서 2030들이 성향이 맞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실제로 대화하다가 그런 주제가 나오면 분위기가 확 차가워질까 봐 조심스럽다. 가치관이 다르면 나중에 싸움만 커질 것 같긴 한데, 소개팅 자리에서 처음부터 그런 걸 따지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평생 볼 사람인데 적당히 맞추면서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나랑 너무 다른 사람은 정말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만난 분은 다행히 그런 무거운 주제는 꺼내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냥 적당히 회사 이야기, 요즘 읽는 책 이야기 정도를 나누었다.
부모님이 개입하는 연애의 무게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소개팅 후에 상대방 어머니가 연락해왔다는 글들을 종종 본다. 나는 다행히 그런 적은 없지만,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서른이 넘었는데도 부모님이 연애에 관여하는 상황이라니, 상상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결혼 정보 회사에 가입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연스럽게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는 게 사실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으니까. 주말에 나가는 소개팅도 결국은 일종의 목적을 가진 만남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 씁쓸해진다.
다시 혼자만의 시간으로 돌아오며
카페에서 나와 천안 시내를 천천히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을 샀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오니 다시 혼자다. 외로운 건지, 아니면 그냥 사람의 온기가 조금 그리운 건지 구분이 잘 안 된다. 소개팅이 잘 됐는지 물어보는 주선자에게 뭐라고 답장을 보낼지 고민하다가 결국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라는 애매한 문자를 보냈다. 이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다들 이렇게들 살아가고 있는 건지. 사실 이번 만남 이후로도 딱히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그냥 주말 오후를 잘 보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음엔 또 다른 사람을 만나러 나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 조용한 내 방이 제일 편하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굳이 정치 얘기를 꺼내기 전에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는 게 훨씬 편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