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30대 후반이 훌쩍 넘어가 버렸다. 예전에는 회사-집, 회사-집만 반복해도 누군가 나타나겠지 싶었는데, 이젠 정말 그런 일은 없는 것 같다. 주말마다 대구 시내를 걸어 다녀봐도 다들 어디서 그렇게 짝을 찾아서 커플링 맞추러 다니는 건지, 가끔 동성로에서 반짝이는 커플링 상점들을 보면 괜히 나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홧김에 강남역 근처에 있는 가연 사무실 근처에 갈 일이 생겨서 상담이라도 한번 받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상담 예약하고 사무실 문턱 넘기가 왜 이렇게 어렵던지
상담 예약 날짜를 잡고 가기 전날까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가연 가입비가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가 워낙 많아서, 상담실에 앉는 순간부터 결제 압박이 시작되면 어쩌나 싶었다. 막상 사무실에 들어가니 상담하시는 분은 친절했는데, 서류를 작성하고 내 프로필을 훑어보시는 그 몇 분의 시간이 마치 면접 보는 것처럼 긴장되더라. 2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비용을 듣고 나니, 이게 정말 내 인연을 찾는 길인지 아니면 단순히 결혼이라는 제도를 사기 위해 내는 보증금 같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횟수 차감이라는 시스템이 주는 묘한 불쾌감
뉴스에서 결혼정보회사 서비스 이용하다가 환불 문제로 싸우는 사람들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상대방 프로필만 받아봐도 횟수가 차감된다는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상담사분께 직접 설명을 들으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내가 바빠서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첫 만남에서 상대방과 대화가 너무 안 통했을 때도 그 횟수가 날아가는 거다. 생각해보면 연애라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돈을 내고 횟수를 정해놓고 사람을 만나는 게 과연 내가 원했던 결혼 방식인가 싶었다.
무료 궁합 앱에 의존하는 밤들이 늘어났다
상담을 받고 돌아온 날 밤에는 괜히 답답해서 무료 궁합 앱을 몇 개나 깔았다. 사실 이런 거 믿지도 않는데, 40대 소개팅 시장에 나간다는 게 두렵기도 하고 내가 정말 결혼운이 있긴 한 건지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결과는 매번 비슷했다. 내년에는 괜찮다, 올해는 조심해라, 이런 말들뿐인데 정작 진짜 사람 만나는 것보다 이런 앱으로 내 미래를 점쳐보는 게 더 위안이 되는 현실이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까
결국 당장 큰돈을 결제하고 가입을 하지는 않았다. 상담비로 내야 하는 건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주변 친구들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육아 일상 올리느라 바쁜데, 나는 아직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곳을 기웃거리며 헤매고 있는 것 같아서다. 어떤 날은 정말 이대로 혼자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어떤 날은 누군가와 일상을 공유하는 게 간절해진다. 결혼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속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그만큼 간절한 사람이 많다는 뜻 같기도 하다. 확실한 건, 나에게 맞는 인연을 만나는 과정이 이렇게까지 전략적이고 계산적인 건지 예전엔 몰랐다는 거다. 다음 달쯤 다시 연락해보겠다고 말하고 나왔는데, 휴대폰에 찍힌 상담사 번호를 지워야 할지 말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