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입비부터 물어봐야 하는 건지 고민되던 날
주말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다들 결혼 이야기를 하더라. 나만 빼고 다들 뭐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이 갑자기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충동적으로 결혼정보회사 사이트를 몇 군데 찾아봤다. 듀오 같은 곳은 예전부터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뉴스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서 바로 창을 닫았다. 43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랑 직장 정보가 털렸다는 게 내 개인정보가 그렇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려서 솔직히 좀 무서웠다. 10억 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됐다고는 하지만, 내 정보가 이미 어디선가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쉽게 지워지지 않더라. 그래도 결혼을 하려면 뭔가 이런 플랫폼을 써야 하나 싶어 몇 시간을 검색만 하다가 말았다.
비회원 미팅파티는 가볼 만한 건가 싶어서
검색하다 보니 가연 같은 곳에서 비회원들을 위한 미팅 파티를 연다는 광고가 보였다. 카페 솔라뷰 같은 곳을 빌려서 한다는데, 서류를 필수로 제출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혼인관계증명서부터 재직증명서까지 다 떼서 제출해야 한다니 뭔가 번거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신원을 확실히 검증한다는 점에서는 안심이 되지만,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서류를 들이밀며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묘하게 피곤하게 느껴졌다. 전문직이면 라이선스까지 제출하라는데, 나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라 그런 자리에 나가면 괜히 기가 죽을 것 같기도 하고. 막상 신청 버튼 근처까지 갔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핸드폰을 던져두고 잤다.
개인회생과 결혼 사이에서 겪는 막막함
주변 친구 중 하나가 개인회생 인가 결정을 받고 나서 결혼 준비를 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배우자에게 채무가 승계될까 봐 걱정하는 걸 옆에서 보는데, 결혼이라는 게 단순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문제를 넘어서서 재산과 채무, 그리고 법적인 관계까지 얽히는 거대한 프로젝트처럼 느껴졌다. 예전에는 결혼이 그냥 사랑하면 하는 거지, 싶었는데 지금은 왜 그렇게 챙겨야 할 서류가 많고 확인해야 할 정보가 많은지 모르겠다. 이혼할 때 재산 분할하느라 소송까지 간다는 뉴스들을 보면, 미리미리 알아봐야 하는 건가 싶다가도 너무 정떨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육아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거창한 주제
서울시에서 육아 문제로 공감 토크를 한다는 기사를 봤다. 사회가 같이 감당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당장 나는 결혼 자체도 이렇게 고민이 많은데 그 이후의 삶을 상상하는 게 가능할까 싶다. 15세에서 59세 여성들 중에 뇌수막종 위험 때문에 피임약 성분까지 걱정하며 산다는 기사를 보면 건강하게 지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시대인 것 같다. 나이와 혼인 상태가 연구 대상이 되는 걸 보면, 결혼은 정말이지 우리 삶의 모든 단계를 규정짓는 하나의 거대한 좌표 같다. 어떤 사람은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모든 걸 따져보고 불안해하는 건지.
그래서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그저 비싼 상담비와 시간만 허비할까 봐 두렵다. 듀오든 가연이든 결국은 시스템 안으로 나를 밀어 넣는 것일 텐데, 지금의 내가 그 서류 더미 속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생각하면 시작조차 하고 싶지 않다. 주말에 친구들에게 결혼 이야기 들었을 때는 금방이라도 뭘 해야 할 것 같았는데, 월요일 아침이 되니 그냥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결혼은 내가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지금은 그냥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로 지내는 게 유일한 방법인가 싶기도 하다. 마음이 복잡한 채로 일단은 한 달만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재산 문제 때문에 결혼 준비가 이렇게 복잡해질 줄은 몰랐네요. 개인회생 상황을 보니 더 마음이 아프게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