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결정사까지 가야 하나 싶었던 그날의 고민

굳이 결정사까지 가야 하나 싶었던 그날의 고민

상담실 문을 열기까지의 망설임

결혼정보회사라는 곳을 찾아가게 될 줄은 몰랐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흔히 ‘결정사’라고 줄여 부르는데, 사실 그 단어 자체에서 오는 차가운 느낌이 좀 싫었다. 사람을 조건으로 나누고, 등급을 매기고, 마치 상품을 고르듯 프로필을 넘겨본다는 게 상식적으로는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서른 중반이 넘어가고, 소개팅도 뚝 끊기니 마음이 복잡해지더라.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는 게 사실은 꽤나 많은 우연과 정성이 필요한 일인데, 요즘은 그런 환경조차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몸소 체감하게 됐다.

듀오 상담실에서 들었던 숫자들

강남 어디쯤이었나, 듀오 상담을 예약하고 찾아갔다. 상담사는 생각보다 아주 친절했고, 마치 내 고민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공감해주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가격 이야기가 나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입비가 몇백만 원대에서 시작하는데, 이게 횟수 제한이 있고 조건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었다. ‘이 돈을 내고서라도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상담사는 ‘신원 인증’을 거듭 강조했다. 요즘은 세상이 험해서 학력, 재산, 직업을 확실히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듣고 보면 맞는 말인데, 한편으론 그렇게까지 해서 만나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43만 명 정보 유출 기사를 보고 든 생각

얼마 전에 듀오에서 회원 정보가 대거 유출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43만 명이라니. 내 이름, 나이, 직업, 자산 정보가 어딘가에 떠돌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덜컥 겁이 났다. 단순히 소개팅을 하러 간 건데, 왜 내 민감한 정보들을 이렇게까지 노출해야 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정보위에서 과징금을 물렸다는 결말을 보며, 과연 이런 곳들이 정말 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곳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았다. 그때 상담할 때 적어냈던 서류들에 적힌 내 개인정보들이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 관리 책임은 제대로 지고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신뢰와 불안 사이에서 헤매는 시간

결국 결정사에 가입하는 건 포기했다. 그냥 내 돈 들여서 확실한 보증을 받는 대신, 조금 더디더라도 그냥 자연스럽게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근데 주변을 보면 결정사를 통해 결혼한 사람들도 꽤 있다. 그들은 그 조건들을 따지는 과정이 오히려 시간을 아껴준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서른 후반에 시간을 낭비하는 건 서로에게 예의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차가운 필터링 시스템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결혼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낸시랭이 방송에서 신분이 확실한 사람을 찾기 위해 결정사를 선택했다고 말하는 걸 봤는데, 그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씁쓸했다.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보다 그 사람의 사회적 지표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게 요즘의 연애 현실인가 싶다. 지금은 그냥 퇴근길에 혼자 커피를 마시며,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어디선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기대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다음에 또 생각이 바뀌면 그때는 정말 상담실 문을 다시 두드릴지, 아니면 이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댓글 2
  • 신원 인증 강조하는 부분에 공감해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개인 정보 보호에 더 신경 쓰게 됐거든요.

  • 정보 유출 뉴스 보고 왠지 불안한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네요. 특히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