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문턱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온 날

결혼정보회사 문턱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온 날

강남역 인근 결정사 상담실 분위기

얼마 전 강남에 있는 한 결혼정보회사 사무실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니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청첩장을 보내오고, 부모님은 은근히 입밖으로 내지는 않지만 눈치를 주시는 게 느껴져서였다. 사실 결정사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가끔 커뮤니티에서 보는 ‘등급’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했다. 후불제라는 곳들도 있다는데 왠지 첫 상담부터 긴장되더라. 막상 입구 앞에서 서성이는데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왔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돈을 내고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어서 괜히 발길을 돌렸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만나는 건지

주짓수라도 배워야 하나 싶어 도장을 알아볼까 하다가 관뒀다. 김지유라는 분이 주짓수를 배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사실 나 같은 사람이 가면 오히려 어색할 것 같아서 말이다. 내 나이가 서른 중반을 넘어가니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는 게 거의 사라졌다. 직장 동료들 아니면 친구들 소개인데, 다들 연애 한번 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싶어 한다. 나도 키나 조건 같은 걸 생각하면 자신감이 팍 꺾이는데, 결정사에 가면 내 조건이 점수처럼 매겨질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던 것 같다. 친구들 결혼식장 갈 때마다 혼자 앉아 축의금 내고 밥 먹고 오는 것도 이젠 좀 지친다.

결정사 비용과 등급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인터넷을 찾아보면 가입비가 몇백만 원은 기본이라고 하던데, 그 돈을 내고 사람을 만나는 게 과연 내가 원하는 진심 어린 관계일까 의문이 들었다. 어떤 곳은 성혼 사례비를 따로 받는다고 하고, 또 어떤 곳은 매칭 횟수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상담이라도 받아볼까 싶어 가격대를 검색해보니 천차만별이었다. 대충 알아보니 괜찮은 곳은 가입비만 몇백만 원, 거기에 성공하면 추가로 몇백을 더 내야 한다는데, 그 정도의 가치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거나 여행을 가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하고. 사람 하나 만나려고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야 하는 건지 가끔은 현타가 온다.

결혼식장의 분위기가 낯설게 느껴질 때

최근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주례 없는 예식에 화려한 조명까지 보니까 내가 과연 저런 무대 위에 설 수 있을까 싶더라. 예전에는 결혼이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치 엄청난 스펙을 증명해야 하는 관문처럼 느껴진다. 같이 간 친구들은 이미 애 아빠가 된 친구도 있고, 아직 나처럼 혼자인 친구도 있는데 다들 표정이 비슷하다. 딱히 해결책도 없고, 그냥 나이만 먹어가는 느낌. 그렇다고 딱히 비혼 주의자도 아닌데, 도대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로

결국 상담실 문턱을 넘지 못한 날, 근처 카페에 앉아서 쓴 아메리카노나 한 잔 마셨다. 가격은 5천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상담비는커녕 커피값 아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소개팅 앱들을 보다가 지워버렸다. 진정성 없는 대화가 오가는 게 벌써부터 피곤하게 느껴져서다. 오늘 내린 결론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다음에 다시 용기가 나면 가볼지, 아니면 이대로 혼자 지내는 게 마음 편할지 잘 모르겠다. 결정사에 가본 사람들은 다들 만족하는 건지, 아니면 다들 나처럼 반신반의하면서 문을 두드리는 건지 궁금할 뿐이다.

댓글 3
  • 주짓수 생각도 비슷한데, 나이 들수록 ‘나에게 맞는’ 만남 찾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 주짓수 배우는 것도 순간적으로 고려했는데, 비슷한 경험 때문에 오히려 불안했었네요.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비용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