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먹했던 토요일 오후의 풍경
주말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인이 추천해 준 사교 모임에 다녀왔다. 친구를 만들거나 조금 더 넓은 인간관계를 맺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카페를 빌려서 진행하는 모임이었는데, 참가비는 3만 5천 원 정도였다. 생각보다 가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정말 자연스러운 일일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본 풍경은 생각보다 더 낯설었다. 다들 자기소개서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는데, 마치 면접장 같기도 하고 학원 같기도 했다. 나는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켰다. 빨대를 씹는 습관 때문에 입안이 조금 텁텁했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과정의 어색함
옆에 앉은 분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성향 테스트 결과지를 공유하면서 시작되는 대화는 영 내 취향이 아니었다. ‘INFJ는 어쩌고, ESFP는 저쩌고’ 하면서 사람을 유형별로 나누는 모습이 사실 조금 피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도 맞춰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식의 규정된 대화보다는 그냥 날씨 이야기나 어제 본 뉴스 같은 게 훨씬 편할 텐데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웃으며 서로의 직업이나 취미를 묻는 모습이, 나만 빼고 다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것 같아 묘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억지로 만들어진 연결의 한계
모임은 총 3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졌다. 사람들과 연락처를 교환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분위기는 더 사무적으로 변했다. 마치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것처럼 다들 빠르게 번호를 주고받고 자리를 정리했다. 결혼정보회사나 결혼 카페 같은 곳과는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구조화된 만남이 아니라, 우연히 마주쳐서 조금씩 친해지는 그런 관계였는지도 모르겠다. 문밖을 나서며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니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기억 속에 남은 찝찝한 감정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주머니 속 명함을 만지작거렸다. 이걸 나중에 정말 연락할 일이 있을까? 아니면 그냥 예의상 받은 것뿐일까. 누군가는 이런 자리에서 정말 좋은 인연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숙제를 하나 끝내고 온 기분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에 왜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혼자 조용히 서점에 들러 책이나 한 권 살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잠깐 들었다. 사실 처음 모임을 예약할 때만 해도 꽤 기대가 컸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남은 건 조금 피곤한 몸과 텅 빈 지갑뿐인 것 같아 씁쓸했다.
다음에도 이런 자리에 나갈까
결국 또 비슷한 상황이 오면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이번에는 그냥 모임의 형식이 나랑 안 맞았던 걸까, 아니면 그냥 내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던 걸까. 아마 다음 주쯤이면 이번에 받았던 명함들을 정리하면서, 다시는 이런 모임에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혼자 보내는 주말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모임 어플을 뒤적거리며 나를 다독이겠지. 이런 모순적인 감정이 계속 반복되는 게 사람 사는 모습인가 싶기도 하지만, 딱히 시원한 해결책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명함 만지작거리는 모습, 정말 공감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봤는데, 괜히 어색한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어요.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후반에 연락처 교환하는 모습 보니까 진짜 비즈니스 상황 같아서 그런 생각을 하던 나 자신을 생각해보게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