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드메 업체 상담만 세 번째인데 기가 다 빨린다
결혼 준비라는 게 처음 시작할 때는 그냥 남들 하는 만큼만 대충 하면 되겠지 싶었다. 근데 이게 막상 뛰어들어 보니 끝이 없다. 지난주에는 강남에 있는 웨딩 컨설팅 업체 두 곳을 들렀는데, 하나같이 예산 이야기를 꺼내면 표정부터 미묘하게 바뀐다. 요즘 스드메 비용이 130만 원 정도부터 시작한다고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막상 실질적인 견적을 받아보면 기본 옵션에서 무언가가 자꾸 붙는다. 신부 화장부터 촬영용 드레스 추가금까지, 무슨 선택지가 이렇게 많은지 서류를 넘기다가 손가락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담당자는 이게 다들 하는 기본 구성이라고 하는데, 그 ‘기본’이라는 게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집 문제랑 예식장 날짜 맞추기가 제일 고역이다
사실 돈보다 더 골치 아픈 건 날짜랑 장소다. 예식장 대관료도 시간대마다 가격이 널을 뛴다. 인기 있는 시간대는 이미 내년 하반기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해서 놀랐다. 서울 시내 괜찮은 곳은 보통 1년 전부터 움직여야 한다는데, 우린 이제 막 시작했으니 선택권이 별로 없다. 어제는 예비 남편이랑 예식장 리스트를 보다가 살짝 감정이 상했다. 나는 좀 소규모로 하고 싶은데, 어른들은 또 그게 마음대로 안 되나 보다. 그냥 작은 한옥 예식장이라도 알아볼까 싶어서 견적을 뽑아봤는데, 이게 대관료는 저렴해도 식사비가 생각보다 비싸서 결국 총비용은 비슷하게 맞춰지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혼인신고랑 서류 이야기는 왜 이렇게 차갑게 들릴까
어디서 보니까 미혼부도 출생신고가 가능해지도록 법이 바뀐다던데, 사실 우리랑은 상관없는 얘기 같으면서도 괜히 법적인 혼인 관계라는 게 무겁게 다가온다. 뉴스에서는 재산분할이니 뭐니 복잡한 소송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런 걸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준비하는 이 예쁜 웨딩드레스랑 꽃 장식들이 다 무슨 부질없는 과정인가 싶기도 하고. 어제는 친구가 개인회생 이야기를 하면서 혼인 중 재산 형성 기여도에 대해 물어보는데, 아예 대답을 못 했다. 그런 건 결혼 생활을 시작도 안 한 상태에서 고민할 게 아닌 것 같은데, 세상은 왜 이렇게 결혼을 무슨 기업 합병이나 법적 계약처럼 생각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20년 넘게 산 부부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라는데
오늘 아침에는 TV에서 ‘용감한 형사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잠깐 봤는데, 20년 넘게 산 부부 사이에서도 말도 안 되는 사건이 터지는 걸 보면서 멍해졌다. 옆에서 예비 남편이 자고 있는데, 저 사람이랑 평생을 약속한다는 게 어떤 무게인지 갑자기 실감이 안 났다. 그냥 어제는 드레스 투어 예약 시간 맞추느라 길에서 20분 넘게 기다린 게 제일 짜증 났던 것 같은데, 그런 사소한 짜증들이 우리 결혼의 시작이라니. 누군가는 평생 한 번뿐인 날이라고 강조하지만, 그냥 적당히 조용히 치르고 싶다는 마음과 그래도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계속 오락가락한다.
끝이 나긴 하는 걸까 싶다
스드메 130만 원 견적을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결혼 준비가 인생의 숙제라는데, 왜 난 이 숙제를 풀면서 하나도 즐겁지가 않은 건지. 아마 조만간 예식장 하나를 정하고 계약금을 넣고 나면 그때는 좀 실감이 나려나. 지금은 그냥 퇴근하고 집에 가서 씻고 눕는 게 제일 행복한 상태다. 오늘 상담받은 곳에서 보내준 안내문을 가방에 그대로 넣어뒀는데, 내일 다시 열어볼 용기가 날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싶기도 하고, 아니면 정말 다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들고. 어중간한 상태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스드메 견적 받으면서 졸다가 생각났어요. 예식장 날짜 때문에 요즘 계속 머리 아파서, 뭔가 인생의 숙제라고 하신 것처럼 진짜 힘든 것 같아요.
혼인신고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거 느껴져요. 저도 비슷한 고민 때문에 밤에 잠만 쫓길 바쁘거든요.
예식장 견적 비교하면서 식사비 때문에 또 당황하네요. 저도 작은 예식 생각할 때 비슷한 고민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