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색했던 동성로에서의 첫 만남
지난달쯤이었나, 대구 동성로 한복판에 있는 스터디카페에서 갑자기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사실 이런 사교 모임 같은 걸 즐기는 성격은 아닌데, 아는 형이 억지로 등 떠미는 바람에 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좀 귀찮았다. 주말 오후에 굳이 북적이는 동성로까지 나가서 생판 남들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게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꽤 큰 장벽이니까. 예약했던 스터디카페는 2시간에 1만 5천 원 정도였는데, 시설은 깔끔했지만 커피 맛은 그냥 그랬다. 다들 각자 노트북을 펴놓고 뭔가 열심히 하는 척들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우리 모임은 구석진 방에서 진행됐다.
모두의소개팅과 그 밖의 생각들
모임 성격이 약간 그런, 흔히 말하는 소개팅이나 친목 도모 비슷한 거였다. 요즘 앱으로 사람 만나는 걸 ‘모두의소개팅’인가 뭔가 한다던데, 사실 나는 그런 거 해본 적이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는데,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는 친구부터 직장인까지 꽤 다양했다. 대화 주제가 딱히 정해진 게 없어서 더 힘들었다. 누가 먼저 입을 열지 눈치를 보다가 결국 내가 가장 먼저 말을 꺼냈는데, 그게 또 왜 그렇게 횡설수설이었는지 모르겠다. 대구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런 식의 사교 모임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공간이 주는 피로감
스터디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그 묘한 긴장감이 있다. 다들 조용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 모임 사람들도 목소리 톤을 낮추느라 다들 어깨가 잔뜩 굳어 있었다. 중간에 화장실 가면서 보니까 옆 방 사람들은 진짜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더라. 그런 분위기에서 사담을 나누려니 괜히 죄짓는 기분도 들고. 3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무슨 대화를 그렇게 길게 했나 싶다. 딱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도 없고, 그냥 서로의 직업이나 대구 놀거리 같은 거 몇 마디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대구에서 사람 만나는 일의 무거움
문득 예전에 부산에서 열렸던 행사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뷔페에서 밥이라도 맛있게 먹으면서 떠드니까 좀 덜 힘들었는데, 스터디카페는 역시 공부하는 곳이라 그런지 삭막했다. 돈을 내고서라도 이렇게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게 과연 내 성격에 맞는 건지 돌아오면서 계속 생각했다. 사실 이런 모임이 다 그렇다. 처음에는 뭔가를 기대하고 나갔다가, 막상 자리가 끝나면 ‘아,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었지’ 싶은 마음이 반 정도 드는 거다.
다음을 기약해야 할지 말지
다음에 또 이런 자리가 있다면 나갈까? 글쎄, 확신이 안 선다. 사람이 필요한 건 맞는데, 이렇게 의무적인 느낌으로 만나는 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 어제 대구 시내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그날 봤던 사람을 마주칠 뻔했는데, 괜히 피하게 되더라. 모르는 사람이면 그냥 지나치면 그만인데, 어쨌든 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눴던 사이라 어색할 것 같아서. 어쩌면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닫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집에 와서 정리해보니 스터디카페 대관료랑 커피값으로 쓴 돈이 아까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얻은 것도 없는 그런 애매한 주말이었다.
화장실에서 본 옆 방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집중하는 모습과 대비되는 저희의 대화가 좀 부끄러웠어요.
혼자 공부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드는 것 같아요. 특히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신경 쓰게 되면 더 힘들어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부산 행사 생각하면 진짜 공감되네요. 뷔페에서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게 훨씬 편했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