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사람 만나는 일이 왜 이렇게 숙제처럼 느껴질까

대구에서 사람 만나는 일이 왜 이렇게 숙제처럼 느껴질까

연애 앱을 지웠다가 다시 설치하는 반복

솔직히 말하면 주말마다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는 게 이제는 조금 지친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면서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하거나 타지로 떠났고, 남은 건 텅 빈 단톡방과 가끔 들어가는 익명 커뮤니티뿐이다. 연애 앱을 한 서너 개쯤 설치했다가, 결국은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감당 안 돼서 삭제하는 일을 몇 달째 반복하고 있다.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프로필을 정성껏 작성했다. 취미가 영화 감상이고, 주말엔 대구청년센터 근처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한다는 식의 흔한 정보들을 채워 넣었다. 그런데 앱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꼭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 대뜸 ‘어디 사느냐’부터 묻고는, 내가 사는 동네를 듣자마자 대화의 온도가 달라지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게 무슨 시험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평가받는 기분이라 참 묘하다.

단체 소개팅의 어색한 공기

한번은 지인 소개로 단체 소개팅 자리에 나간 적이 있다. 대구 시내 중심가에 있는 스터디룸을 빌려서 8명 정도가 모였는데, 주최자가 마련한 프로그램이 너무나 작위적이었다. 자기소개 순서가 돌아올 때마다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누가 먼저 말을 꺼내면 억지로 웃어주는 분위기였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꽤 괜찮아 보였는데, 알고 보니 부산에서 왔다며 자기는 대구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적응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참 했다. 그 말을 듣는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커피만 홀짝였다. 1인당 참가비가 3만 원 정도였는데, 그 돈으로 차라리 맛있는 저녁이나 사 먹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 소개팅이나 전문직 모임 같은 딱지가 붙은 곳들도 가봤지만, 결국 거기서도 서로의 스펙만 훑어보다가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통의 관심사보다는 조건이 먼저니까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멀리 갈 엄두가 나지 않는 마음

어디선가 대전이나 광주까지 원정 모임을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여하려다가 강퇴당했다는 씁쓸한 후기를 읽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까지 할 열정이 남아있질 않다. 대구 안에서도 사람 구하기가 이렇게 힘든데,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곳까지 가서 낯선 사람들과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을 생각을 하면 벌써 기운이 빠진다. 가끔 서울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해서는 ‘서울 소개팅은 다르다’라며 자기 사는 곳으로 놀러 오라고 부추기지만, 마음이 맞지 않으면 어디든 똑같지 않을까 싶다. 작년에 부산에서 열린 큰 모임에도 얼굴을 비춰봤지만, 사람이 너무 많으니 오히려 대화의 깊이는 더 얕아지는 기분이었다.

대구와 포천, 그 어디쯤의 고민

요즘은 그냥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대구의 적당히 큰 규모가 가끔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또 포천 같은 곳으로 떠나서 새로 사람을 사귀는 건 더 큰 숙제처럼 느껴진다. 사실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기운 빠지는 일이었나 싶다. 이전에는 누군가를 만나면 에너지를 얻곤 했는데, 이제는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피로감만 가득하다. 내가 사람을 보는 기준이 너무 높아진 건지, 아니면 대구라는 좁은 바닥에서 뻔한 사람들과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게 지겨워진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끝맺음 없는 주말의 반복

어제는 또 연애 앱을 다시 깔았다. 이번에는 사진도 좀 더 자연스러운 걸로 바꾸고, 취미 란도 다시 적었다. 그런데 막상 설치하고 나니 또다시 ‘누가 연락을 걸어올까’ 하는 기대보다는 ‘또 이상한 사람을 만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어차피 주말이 지나면 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월요일 출근 준비를 하겠지. 누군가와 깊게 연결되는 건 확실히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문제 같다. 다음 주말에는 그냥 대구 시내 스터디룸 말고, 그냥 조용한 서점에나 가서 시간을 보내볼까 싶다. 그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금요일 밤이 되면 또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앱을 켜게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 2
  • 부산에서 오셨다니, 대구의 분위기가 낯설어서 더 불편하셨겠네요.

  • 영화 감상 취미를 적어놓으니, 대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보면 좀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