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 예약부터 쉽지 않았던 첫 단추
결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몇 달을 미루다가 결혼정보회사라는 곳에 상담 예약을 넣었다. 예전 세이클럽에서 채팅하며 사람 만나던 시절이랑은 아예 다른 세상이라 솔직히 겁부터 났다. 광주 쪽에 있는 몇 군데 업체를 찾아봤는데, 홈페이지마다 ‘성혼 중심’이니 ‘최고의 매칭’이니 하는 문구들이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더 멀미가 났다. 그래도 주변에서 하도 결혼 안 하냐고 잔소리를 해대니, 등 떠밀리듯 강남에 본사가 있다는 곳과 지역 기반 업체 두 군데에 연락을 했다. 상담 예약 잡는 것부터가 묘하게 숙제 같아서 벌써 기운이 좀 빠지더라. 사무실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엄숙해서, 무슨 중요한 계약하러 온 사람처럼 앉아 있어야 하는 게 조금 어색했다.
가입비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상담실에 앉으니 상담 매니저가 내 프로필을 훑어보면서 대뜸 가입비부터 계산기를 두드렸다. 가격대가 대략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단위까지 오가는데, 사실 이 돈을 내고 사람을 만난다는 게 상상이 잘 안 됐다. 단순히 소개팅을 한 번 하는 비용이 아니라, 몇 회의 매칭 횟수를 보장받는 구조라는데 이 금액이 적정한 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예전 동문회나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인연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상담사가 내 조건이 어떻고, 어떤 상대를 만날 확률이 높다는 식으로 통계 내듯 이야기할 때마다 기분이 좀 묘했다. 내가 무슨 상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돈을 써야만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다.
이상형을 말해도 돌아오는 대답의 온도 차
매니저가 이상형을 물어보길래, 그냥 말이 잘 통하고 일상이 비슷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현실적인 조건’ 중심이었다. 연봉은 어느 정도가 좋겠냐, 직업은 이 정도면 어떠냐, 자가 보유 여부는 중요하냐는 식으로 질문이 이어졌다. 내가 말하는 이상형과 매니저가 매칭해주겠다는 상대방의 갭이 너무 커서 대화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이게 맞선인지, 아니면 서로의 조건을 서류상으로 교환하는 비즈니스 미팅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분명히 내가 좋아서 시작하려고 했던 건데, 상담받는 내내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나 싶어 작아지기도 했다. 나중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 오늘 들었던 그 숫자들과 조건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되고 엉켜서 좀 답답했다.
매칭 결과와 실제 기대치 사이의 고민
결정사 가입비가 사실 적은 돈도 아닌데, 과연 내가 기대하는 수준의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여전히 확신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한 번에 딱 원하는 사람을 만나서 바로 결혼한다는데, 주변에 보면 몇 번 하고 나서 돈만 날렸다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서 걱정이 앞선다. 광주까지 내려와서 활동하는 매니저가 나를 얼마나 신경 써줄지도 미지수다. 요즘은 정말이지 누구를 만나는 것 자체가 너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 된 것 같다.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으면 마음 편할 것 같다가도, 또 막상 혼자 집에 와서 적막한 방을 보면 마음이 조금 흔들리기도 한다. 이게 참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애매한 상태가 계속된다.
확실한 해답은 결국 없는 것 같아
결국 상담만 받고 바로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매니저가 당장 이번 주까지 가입하면 할인 혜택을 더 주겠다고 해서 마음이 더 급해졌다. 왠지 여기서 바로 결정 안 하면 큰 기회를 놓치는 건가 싶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한 템포 쉬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결혼 정보 회사가 만능은 아닐 텐데, 내가 너무 쉽게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음 달쯤 다시 연락이 오면 그때는 좀 더 차분하게 물어볼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이대로 지내다가 자연스러운 인연을 기다리는 게 맞을까. 답 없는 고민만 자꾸 되풀이하게 된다.
숫자랑 조건만 계속 떠오르는 것 같아, 이상형 그 자체는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