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시작은 가볍게 카카오톡으로
요즘은 다들 소개팅 앱을 쓴다길래 나도 한번 깔아봤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는 좀 삭막하다는 거였는데, 막상 해보니까 생각보다 대화는 잘 풀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서로 적당히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상대방이 슬그머니 ‘전화 한번 하실래요?’라는 말을 던지는데, 이게 사람을 참 피곤하게 한다. 사실 나는 텍스트로 대화하는 게 훨씬 편하다. 얼굴을 마주 보고 있을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어색함이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숨소리 같은 게 아직은 좀 낯설고 부담스럽다. 그런데도 상대방은 자꾸 목소리를 들어야 진도가 나간다고 믿는 눈치다. 강남역 근처에서 2만 원 정도 하는 커피 세트를 시켜놓고 앱 알림만 들여다보던 날, 나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려운 건지 의문이 들었다.
남자 퍼스널컬러 진단까지 받아야 하나
지인 중 한 명은 요즘 40대 소개팅이 더 빡빡하다면서, 나가기 전에 자기 객관화가 필수라며 남자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대충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그걸 받는다고 내 성격이나 대화 스킬이 바뀌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옷 색깔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내 고민은 사실 겉모습보다도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강박이다. 혹시나 내가 재미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미리 답변을 시뮬레이션하곤 하는데, 이게 지나치다 보니 나중에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어떤 날은 밤새도록 연애 상담 글을 찾아보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어 허탈해지기도 한다.
불안한 마음에 찾아본 전화 사주
진짜 웃긴 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전화 사주를 본 적도 있다는 거다. 30분에 5만 원 정도 냈나? 상담사가 대충 ‘지금 만나는 사람은 인연이 아니니 마음을 비우라’고 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정말 인연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냥 내 태도가 애매해서 상대가 지친 걸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담사도 그냥 대충 하는 말이었을 텐데, 그때는 그 한마디에 내 연애의 성패가 달린 것처럼 굴었다. 막상 만나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어색하게 웃기만 하다가 헤어진 적도 많다. 이런 상태로 누군가를 진지하게 만나서 시집가다, 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10대 때처럼 순수하게 좋아하기 어려운 이유
주변 친구들은 이제 다들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는데, 나만 아직도 사람 하나 만나는 걸 힘들어한다. 고등학생 때 첫 연애를 고민하던 게시판 글을 우연히 봤는데, 그 친구는 안 보면 보고 싶은데 만나면 잘 모르겠다고 써놨더라. 나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성인이 되어서 하는 연애는 너무 계산이 많아져서 문제다. 내가 좋아하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전에, 저 사람이 나한테 맞는 조건인지, 내가 저 사람에게 괜찮은 사람인지부터 따지게 된다. 이런 강박이 정말 연애를 방해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이게 요즘 세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인 건지 여전히 답을 못 내렸다.
그냥 그대로 둬도 되는 걸까
언젠가 ‘이혼숙려캠프’ 같은 프로를 보면서 남들 사는 모습도 다 비슷하게 힘들다는 걸 확인하고는 조금 안심했다. 12년을 함께한 부부도 경제 문제나 신뢰 문제로 싸우는데, 고작 소개팅 몇 번 해본 내가 관계에 대해 뭘 다 안다고 고민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확실히 요즘은 AI 유사 연애 서비스 같은 것도 잘 되어 있어서, 차라리 마음 편하게 그런 걸로 대리 만족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 물론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는 평온한 밤에는 그런 유혹이 강하게 든다. 다음에는 그냥 정말 운 좋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아무런 계산 없이 영화 한 편 보고 집에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역시나, 내일도 나는 소개팅 앱을 습관처럼 켜겠지.
40대 소개팅 앱 사용해봤는데, 바로 전화 요청하는 분들이 많아서 좀 당황스럽네요. 대화가 잘 이어지는 건 좋지만, 다음 단계가 너무 빠른 것 같아요.
텍스트로 대화하는 게 훨씬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도 결국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