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중반쯤 되니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회사와 집만 오가는 일상에 지쳐, 주변에서 추천하는 취미 피아노 학원이나 스포츠댄스 동호회에 기웃거려 본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처음엔 그저 ‘악기 하나 배우면 좋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월 15만 원 정도의 레슨비가 발생하는 피아노 모임에 나갔었죠. 그런데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이게 단순히 취미 생활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취미 모임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실수를 범하곤 합니다. 바로 본인의 순수한 취미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만남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것이죠. 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런 의도가 너무 강한 분들은 모임 내에서 겉돌기 일쑤입니다. ‘이거 하면 사람 많이 만날 수 있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수상스포츠 같은 활동적인 모임은 확실히 교류가 많지만, 그만큼 친목 다툼이나 파벌 싸움도 빈번하죠. 제 지인은 6개월간 라틴소울 댄스 모임을 나갔지만, 결국 친목질에 지쳐 그만두었습니다. 기대했던 로맨스는커녕 인간관계 피로도만 쌓인 셈입니다.
이런 모임에 나가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정말 이 취미 자체가 즐거운가?’라는 질문 말이죠. 취미가 즐거우면 사람을 만나지 못해도 본전은 뽑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려고 취미를 시작하면, 사람을 못 만났을 때 드는 허탈함과 3시간 남짓한 모임 뒤에 찾아오는 체력적 소모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습니다. 보통 한 번 모임에 나가면 3~4시간은 기본이고, 뒤풀이까지 포함하면 퇴근 후 시간과 3~5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들기 마련입니다. 이게 쌓이면 연간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제가 직접 겪은 바에 따르면, 기대했던 소셜 효과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날도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대화가 너무 특정 분야로만 쏠리거나, 이미 자기들만의 카르텔이 형성된 곳에 끼어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아, 그냥 내가 집에 가서 넷플릭스나 볼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는 이유는 딱 하나, 가끔 아주 가끔 정말 괜찮은 사람들을 마주치는 행운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행운을 기대하고 모임 전체를 선택하는 건 확률상 아주 비효율적인 전략입니다.
결국 취미 모임은 ‘운’과 ‘태도’의 영역입니다. 성격이 너무 활달해서 모든 모임에 섞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20명 이상의 대형 모임보다는 5~6명 정도의 소규모 스터디나 소모임이 차라리 속이 편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임 사람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죠. 사실, 모임에서 사람을 못 만나더라도 ‘내가 이 정도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남는 활동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 조언은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을 만나는 데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30대 직장인에게는 꽤 유효합니다. 하지만 이미 사람 관계에 치여서 지친 상태라면, 굳이 취미 모임을 통해 관계를 확장하려 하지 마세요. 차라리 혼자 하는 취미로 내면을 채우는 게 훨씬 비용 대비 효율적이고 정신 건강에도 이롭습니다. 지금 당장 하실 일은 대단한 모임을 찾는 게 아닙니다. 일단 집 근처에서 1개월 정도만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일 체험을 찾아보고, 그곳의 분위기가 내 성향과 맞는지 딱 한 번만 확인해 보세요. 그 이상은 그다음 단계에서 고민해도 충분합니다. 물론, 이게 정답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피아노 레슨비 생각하니까 마음이 좀 쓰이는 것 같아요. 넷플릭스 보면서 듣는 것도 괜찮을 수 있는데…
일일 체험 같은 거 한번 해보니까, 생각보다 사람들의 관심사 차이가 엄청 많이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