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료 소개팅 어플에서 겪은 피로감과 한계
서른 중반을 넘어가면서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가정을 꾸리고 나니 마음이 조금씩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남자결혼적령기가 다 지났다는 생각도 들고, 주말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슬슬 지겨워지던 참이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지인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해보기도 하고, 스마트폰으로 무료소개팅어플을 다운받아서 몇 번 이용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어플은 생각보다 진지한 만남으로 이어지기가 너무 어려웠다. 대화가 몇 마디 오가다가 갑자기 끊기기 일쑤였고, 상대방이 정말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불투명했다. 지인 소개팅 역시 매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것도 은근히 눈치가 보이고, 주선자 얼굴을 봐서 마음에 없는 자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피로감이 상당했다. 결국 조금 더 확실하고 검증된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결혼업체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결혼정보업체순위 같은 것들을 뒤적거리며 어디가 나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압구정동 상담실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가입 비용
결국 고민 끝에 이름이 제법 알려진 결정사 중 한 곳인 노블리라는 업체를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위치는 압구정역 3번 출구에서 나와서 조금 걷다 보면 나오는 빌딩 4층에 있었는데, 막상 상담 예약을 잡고 방문하려니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어떻게 보면 약간 무거운 분위기의 대기실이 보였다. 자리에 앉아 간단한 차를 마시며 대기하다가 상담 실장이라는 분과 개별 상담실로 이동했다. 상담 시간만 거의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부분은 역시 결정사비용이었다. 일반적인 가입 기준으로 기본 매칭 횟수와 기간을 설정했을 때, 대략 380만 원에서 500만 원 선의 금액이 제시되었다. 물론 재벌가나 전문직 위주의 매칭을 원할 경우에는 비용이 천만 원 단위 이상으로 훌쩍 뛴다는 설명을 덧붙이긴 했지만,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기본 비용조차도 꽤나 부담스러운 액수였다. 이 돈을 내고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확신이 서지 않아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하지는 못하고 며칠을 더 고민해야 했다.
등급표와 조건 위주로 진행되는 기묘한 대화
상담 과정은 꽤나 적나라했다. 나의 학력, 직장, 연봉은 물론이고 부모님의 직업과 노후 준비 상태, 심지어 본인 소유의 부동산 유무까지 꼼꼼하게 적어내야 했다. 담당 매니저는 내 프로필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요즘 여자들이 선호하는 직군이라거나 서울 내 아파트 자가 보유 여부가 매칭 확률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해주었다. 그 대화를 듣고 있으니 나라는 존재가 하나의 상품이 되어 매대에 올라간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통적인 혼례의 가치보다는 철저하게 조건과 데이터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현대식 결혼 시장의 이면을 보는 것 같았다. 돌싱결혼을 희망하는 재혼 회원들의 조건표도 살짝 언급되었는데, 그쪽 역시 조건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나이가 찰 만큼 찬 시기라고 해서 대충 타협할 수 없는 부분들이 서로에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나도 내 조건을 세세하게 오픈하고, 상대방에게 바라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되었다.
첫 만남에서 느꼈던 어색함과 프로필의 격차
가입을 마치고 한 달쯤 지나 첫 매칭 연락이 왔다. 매니저가 보내준 프로필에는 상대방의 나이, 직업, 거주지, 그리고 사진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확실히 무료소개팅어플에서 만나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신원 보증이 확실하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강남의 어느 카페에서 이루어진 첫 만남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색하고 딱딱했다. 이미 서로에 대한 객관적인 프로필 정보를 다 알고 만난 상태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보다는 마치 최종 면접관 앞에 앉아 평가를 받는 듯한 묘한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도 나와 비슷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대화는 자꾸만 겉돌았다. 취미나 가치관 같은 부드러운 주제보다는 앞으로의 거주지 계획이나 직장 생활의 안정성 같은 무거운 이야기들이 은근히 오갔다. 프로필 상의 숫자로 표기된 조건들은 훌륭했지만, 실제로 만나서 나누는 눈빛이나 목소리 톤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매력은 서류만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계약이 끝나갈 무렵 드는 몇 가지 복잡한 생각들
그렇게 몇 번의 매칭을 거치면서 지정된 횟수도 거의 다 소진되어 가고 있다. 누군가는 결정사를 통해 쉽게 인연을 만나 결혼에 골인하기도 한다지만, 나에게는 매 순간이 꽤나 지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건에 맞는 사람을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는 여자만나는곳으로는 이만한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매번 만남을 가질 때마다 사람의 가치를 조건이라는 잣대로 먼저 재단하고 들어가는 내 모습에 스스로 환멸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계약 기간이 완전히 끝나면 다시 가입비를 내고 연장을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자연스러운 인연을 기다리는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할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돈을 쓴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씁쓸함과, 그래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는 복잡한 감정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솔직히 무료 앱들은 정말 시간만 낭비되는 느낌이었어요. 매칭의 질이 낮아서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무료 앱 쓰면서 그런 경험한 사람 많을 거예요. 특히 상대방의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느낌은 정말 힘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