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중매 자리에 입고 갈 옷을 인터넷으로 급하게 주문해 보았다

어머니 중매 자리에 입고 갈 옷을 인터넷으로 급하게 주문해 보았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중매 만남과 첫 번째 옷 고민

지난달에 이모를 통해서 어머니한테 급하게 소개팅 비슷한 중매 자리가 들어왔다. 대단한 자리는 아니고 그냥 가볍게 차 한잔 마시면서 얼굴이나 보자는 식이었는데, 정작 당사자인 어머니보다 옆에 있던 내가 더 유난을 떨며 걱정했던 기억이 한다. 아무리 편한 자리라고 해도 첫인상이라는 게 있는데 평소에 집에서 입으시던 낡은 티셔츠나 동네 마실 갈 때 입는 등산복 바지를 그대로 입고 나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백화점에 모시고 가기에는 주말이라 시간도 애매했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백화점 옷은 너무 비싸고 부담스럽다며 한사코 거부하셨다. 결국 급한 대로 퇴근하고 집에 와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중년 여성 옷을 직접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평소에 내가 입는 옷만 사봤지, 50대나 60대 여성들이 주로 입는 옷 브랜드가 뭐가 있는지 전혀 몰랐던 터라 검색창에 ‘5060 여성의류’, ‘마담옷’ 같은 낯선 단어들을 마구잡이로 입력해 보았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쇼핑몰들이 쏟아져 나와서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약간 멍해졌다.

모바일 쇼핑몰 화면에서 헤맸던 몇 시간의 기록

이것저것 사이트를 뒤지다가 ‘마담4060’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름부터가 딱 타겟층이 명확해 보여서 여기서 고르면 적어도 중간은 가겠지 싶었다. 그런데 쇼핑몰 모바일 화면이 생각보다 다소 눈에 익지 않고 복잡했다. 어머니랑 소파에 같이 앉아서 스마트폰 액정을 번갈아 들여다보며 골랐는데, 화면 크기가 작아서 상세 페이지의 옵션을 선택하는 과정이 꽤나 번거로웠다. 특히 여름철이라 풍기인견 소재로 된 블라우스 종류가 유독 많았는데, 무늬가 너무 화려한 것과 지나치게 밋밋한 것 사이에서 선택을 내리기가 정말 힘들었다. 어머니는 자꾸만 튀지 않고 칙칙한 어두운 색이 차분해 보인다고 고집하셨고, 나는 그래도 오랜만의 만남인데 얼굴색이 밝아 보이는 화사한 핑크나 베이지 계열을 입어야 한다고 권했다. 결국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6만 8천 원 정도 하는 연한 보라색 인견 블라우스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평소 내가 자주 구매하는 유니클로나 스파오 같은 저렴한 SPA 브랜드에 비하면 가격대가 조금 높게 느껴졌지만, 중년 여성 전문 체형 맞춤이라고 하니 핏이 다르겠거니 하며 결제까지 진행했다.

백화점 기성복과 마담 브랜드의 미묘한 사이즈 차이

인터넷으로 옷을 살 때 가장 불안한 건 역시 입어보지 못하고 사는 사이즈다. 어머니는 평소에 동네 옷가게에서 살 때 주로 66 사이즈를 입으시는데, 이 쇼핑몰의 상세 사이즈 표를 보니 가슴둘레나 어깨너비가 일반적인 캐주얼 브랜드의 66보다 조금 넉넉하게 나온 것 같았다. 중년 체형에 맞춰서 나잇살을 가려주도록 품이 넓게 나온다는 설명을 읽긴 했지만, 혹시 너무 낙낙해서 오히려 몸집이 커 보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렇다고 한 단계 낮은 55를 사기에는 어머니가 꽉 끼고 답답한 옷을 워낙 질색하셔서 고민 끝에 원래 입으시던 대로 주문했다. 일반적인 기성복 브랜드의 슬림한 라인에 익숙한 내 눈에는 이 마담 브랜드의 사이즈 표가 참 모호하게 다가왔다. 나중에 옷이 오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런 중년 타겟 브랜드 옷들은 일반 표준 사이즈보다 품은 넉넉하면서 소매 기장이나 총장 길이는 살짝 짧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팔다리는 가늘고 배가 조금 나온 체형에 특화된 느낌인데, 우리 어머니 체형에는 맞을 것 같으면서도 직접 입혀보기 전까지는 계속 의심스러웠다.

일주일 가까이 걸려 도착한 옷의 첫인상과 현실적인 문제

배송은 생각보다 꽤 늦게 도착했다. 주문하고 나서 주말을 끼고 나니 거의 5일이 지나서야 택배 상자를 받을 수 있었다. 중매 약속 날짜가 바로 다음 날이라 배송 조회를 몇 번이나 눌러봤는지 모른다. 급하게 박스를 뜯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실물 색감이 약간 더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 들었다. 스마트폰 조명 아래에서 화사하게 보정된 쇼핑몰 사진과 내 방 형광등 아래에서 마주한 옷의 실물은 격차가 있었다. 풍기인견 특유의 살에 달라붙지 않는 까슬하고 시원한 감촉은 마음에 들었지만, 구김이 너무나 쉽게 가는 재질인 게 문제였다. 포장을 뜯자마자 사방에 굵은 접힌 자국이 선명해서 일단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며 다림질부터 해야 했다. 어머니께 겨우 입혀보았는데, 염려했던 대로 품이 너무 넉넉해서 뒷모습이 살짝 벙벙하게 뜨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머니는 몸에 안 붙고 편해서 딱 좋다고 하셨지만, 내 눈에는 어깨선이 아래로 처지는 것처럼 보여서 조금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반품을 하고 다른 옷을 알아볼 시간적 여유가 아예 없었기에 그냥 이 옷을 입고 가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만남 당일에 선택한 타협안과 남은 생각들

만남 당일 아침, 다려놓은 보라색 인견 블라우스를 입고 화장대 앞에 앉으신 어머니를 보니 기분이 참 묘했다. 새 옷이라 단정해 보이긴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나이 든 느낌이 더 강조되는 것 같기도 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어머니는 블라우스 위에 기존에 집에 갖고 계시던 검은색의 얇은 여름용 가디건을 덧입으셨다. 새로 산 블라우스 품이 커서 부하게 뜨는 부분을 가디건으로 덮어서 눌러주니 그나마 핏이 좀 정리되어 보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약속 장소로 향하셨고, 저녁 늦게 돌아오신 어머니의 반응은 그냥 덤덤하셨다. 상대방 남성분도 그냥 시장에서 파는 편한 옷 같은 걸 대충 입고 나오셨다며 옷차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고 하셨다. 혼자서 며칠 동안 사이즈 표를 쳐다보고 배송 지연 때문에 안달복달했던 내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의 수많은 긍정적인 후기들처럼 옷 하나로 드라마틱하게 우아해지는 효과 같은 건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한 계절 시원하게 입고 말 블라우스 하나를 다소 비싸게 구매한 셈이 되었고, 다음번에 이런 중요한 자리가 생기면 차라리 멀어도 백화점에 가서 직접 입어보고 맞춤 수선을 맡기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댓글 3
  • 사진 보니까 블라우스 소재 진짜 궁금하네요. 얇은 인견 느낌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구김이 많이 going down 한 건지 꼭 알고 싶어요.

  • 색감 선택 때문에 어머니랑 의견 차이가 좀 있었던 거 보니, 온라인 쇼핑 진짜 힘들다.

  • 색깔이 조금 어두운 것 같아서, 사진이랑 좀 달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