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준비라는 게 처음에는 그냥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웨딩홀 투어를 시작하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주말마다 김포 근처나 서울 강서 쪽 웨딩홀을 훑고 다녔는데, 확실히 인터넷 사진으로 보는 거랑 실제 분위기는 딴판이다. 어떤 곳은 샹들리에가 너무 화려해서 눈이 아플 지경이었고, 또 어떤 곳은 야외 결혼식장이라고 해서 갔는데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 같아서 좀 씁쓸했다.
상담 실장님과의 미묘한 대화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가면 웨딩플래너나 실장님들이 엄청나게 친절하다. 근데 그 친절함이 뭐랄까, 딱딱 정해진 매뉴얼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예산은 대충 2천만 원 내외로 생각한다고 말하면, 다들 표정이 묘하게 바뀐다. 요즘 물가가 올라서 그 돈으로는 조금 빠듯할 수도 있다는 말을 돌려 돌려 하시는데, 듣고 있으면 괜히 내 예산 계획이 잘못된 건가 싶어서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냥 소박하게 가족 웨딩을 할까 싶다가도, 막상 부모님 말씀 들어보면 또 그렇게 안 되는 게 결혼인가 보다.
9,500원씩 빠져나가는 알 수 없는 돈
준비 과정에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이상한 상조나 웨딩 관련 구독 서비스에 잘못 클릭했는지, 어느 날부터 통장에서 9,500원씩 꼬박꼬박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처음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게 한 달 두 달 쌓이니까 은근히 짜증이 난다. 어디서 나가는 건지도 정확히 모르겠고, 고객센터 전화하면 상담원 연결만 30분을 기다리게 한다. 웨딩 업체 순위니 뭐니 하는 글들 읽느라 정신 팔려서 사이트마다 개인정보를 너무 쉽게 동의했나 싶기도 하고, 정말 이 시기의 예비부부들을 노리는 서비스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투표소로 변한 예식장의 기묘한 느낌
지난번 투표 날에 지나가다가 동네 웨딩홀이 투표소로 쓰이는 걸 봤다. 평소에는 신랑 신부들이 긴장하며 서 있을 단상 옆에 기표소가 설치되어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참 묘했다. 평소 같으면 웅장하고 예뻐 보였을 샹들리에 밑에서 다들 무표정하게 줄을 서서 도장을 찍는 모습을 보니까, 여기가 내 결혼식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기가 조금 어려워졌다. 저 공간이 주는 무게감 같은 게 확실히 있긴 한데, 그냥 사무적인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말이다.
스냅 촬영과 보이지 않는 비용
웨딩 사이트에서 스냅 촬영 후기들을 보면 다들 인생 사진을 남겼다고들 한다. 나도 욕심이 안 나는 건 아닌데, 막상 견적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다. 유명한 작가님들은 벌써 몇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찼다고 하고, 저렴한 곳은 결과물이 좀 걱정되고. 결국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 ‘적당함’을 찾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친구들은 요즘 셀프 스냅도 많이 한다는데, 나는 똥손이라 자신이 없고 결국 또 업체에 맡기게 되겠지.
끝나지 않는 고민들
지금은 웨딩홀 식대랑 대관료 대충만 계산해봐도 벌써 머리가 아프다. 부모님 세대의 결혼과는 다르게 요즘은 체크리스트 하나 만드는 것도 일이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서 웨딩 카페 글들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곤 한다. 다들 어떻게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다들 나처럼 조금씩은 지치고 불안해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거겠지? 뭔가 정답을 찾고 싶어서 계속 검색을 하지만, 하면 할수록 그냥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만 하고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어제도 예산표를 엑셀에 적어보려다 결국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내일은 또 다른 곳을 보러 가야 한다.
체크리스트만도 일이네요, 저도 예산 계산할 때마다 머리가 복잡해져요. 엑셀 다 닫으신 거 보면 공감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