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복도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법원 복도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합의이혼 서류를 출력하며 느꼈던 기분

거실 프린터기가 오래돼서인지 서류를 출력하는데 잉크가 번졌다. 그냥 다시 뽑으면 될 일인데, 왠지 그 번진 글자들을 한참 쳐다보게 되더라. 남양주 이혼 관련 카페에서 본 합의이혼 서류 양식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3장짜리 문서였나. 빈칸을 채우는 과정이 사실 이혼 절차 전체에서 가장 건조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이런 서류를 접하면 무겁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내 상황이 되니 그냥 관공서 행정 서류처럼만 보였다. 이혼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 서류를 챙기던 그날 아침, 창밖으로 보이던 동네 카페의 풍경이 평소와 다르게 보였던 게 기억난다. 사람들은 다들 자기만의 속도로 커피를 마시는데 나만 딴 세상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법원에서의 예상 밖 대기 시간

법원에 처음 갔을 때는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대기 번호표를 뽑고 앉아있는데 이름이 불리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법원 복도 특유의 그 묘한 긴장감이 있다. 변호사 상담을 받아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이미 마음이 정리된 상태에서 누군가를 대동한다는 게 오히려 에너지를 더 쓸 것 같아서 그냥 혼자 진행했다. 재산 명시 신청 같은 복잡한 문제는 없었지만, 양육비 문제를 조율할 때는 옆에 앉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다들 고개 숙이고 서류만 보고 있는데, 저 사람도 나처럼 어젯밤 잠을 설치고 왔을까 싶더라.

재산 분할과 예상하지 못한 지출들

재산 분할이 생각보다 골치 아팠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재산은 각자 가져가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살면서 같이 산 가전제품이나 소소한 살림 도구들이 문제였다. 결국 당근마켓에 다 올리고 팔릴 때마다 5천 원, 만 원씩 나누기로 했는데, 이게 은근히 번거로운 일이다. 처음에는 깔끔하게 처리하고 싶었는데, 결국 일주일 내내 거래하러 다녔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적으로 깔끔하게 끝내는 게 나았을까 싶다가도, 그 비용을 생각하면 지금의 피로감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게, 이런 상황에서도 돈 때문에 감정 상하는 일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혼 후 양육비와 변해버린 일상

아이들 양육비 문제는 주기적으로 입금해야 하는 날짜가 오면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 이혼 후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니 일상이 조금씩 자리를 잡긴 한다. 주변 사람들은 재혼이니 뭐니 쉽게 말하지만, 사실 당사자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우선이다. 카페 운영하는 지인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이 요즘은 정말 실감 난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결혼이 당연한 삶의 과정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냥 함께하는 시간의 총량을 계산하게 된다. 얼마 전에 아이들과 공원에 갔다가 예전 배우자 생각이 잠깐 났는데, 불쾌하거나 슬픈 감정이라기보다 그냥 지나간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는 감정들

지금도 가끔 이혼 카페에 들어가서 글을 읽는다. 굳이 댓글을 달지는 않지만, 나처럼 이혼 후 양육비 문제로 고민하거나 법원 절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위안일까. 사실 아직도 무엇이 최선이었는지,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달랐을지는 잘 모르겠다. 모든 게 다 정리된 것 같은데도, 서랍 속에 넣어둔 서류 사본을 보면 가끔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다. 굳이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뿐이다.

댓글 2
  • 프린터 잉크 번지는 게 정말 답답하더라구요. 특히 중요한 서류인데, 괜히 횟수 세면서 신경 쓰이고...

  • 거실 프린터 잉크가 번진 걸 보면서 이혼 절차의 건조함이 더 와닿네요. 상황이 복잡할수록 작은 부분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