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처음에는 좀 가벼운 마음이었다. 주변에서 다들 결혼준비다 뭐다 분주하게 움직이길래 나만 혼자 뒤처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소개팅 앱은 왠지 모르게 좀 불안하고 해서 결국 듀오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강남 어느 빌딩이었는데, 들어가니까 깔끔한 정장을 입은 상담사분들이 반겨주더라. 분위기 자체가 내가 평소 가던 카페랑은 완전히 달랐다. 뭐랄까, 여기는 정말로 ‘거래’가 오가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팍 들었다고 해야 할까.
횟수 차감형 말고 기간제로 선택했던 이유
상담할 때 처음 고민한 게 횟수제냐 기간제냐 하는 거였다. 횟수제는 한 번 만날 때마다 차감된다는데, 그게 왠지 모르게 만남 한 번에 너무 큰 비중을 두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무제한 매칭이 가능하다는 DR 멤버십으로 등록했다. 가격은 대략 수백만 원 단위였는데, 솔직히 처음에 결제할 때 손이 좀 떨리긴 했다. 내가 내 결혼을 위해 이렇게까지 돈을 써야 하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전문가들이 매칭해주면 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 기대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DMS 시스템이 내 마음을 알아줄까
여기서 내세우는 DMS라는 매칭 시스템을 보면, 정말 철저하게 데이터 위주로 사람을 걸러준다. 직업, 학벌, 연봉 같은 조건들이 데이터화되어서 나랑 비슷한 사람들을 리스트업해주는데, 기계적으로 맞추는 느낌이 처음엔 편했다. 일일이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근데 막상 만나러 나가면 그 데이터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참 많다. 대화의 결이라든가, 식사할 때의 매너라든가, 같이 있을 때의 묘한 공기 같은 것들 말이다. 10년 차 커플매니저라는 분이 전화로 ‘이번 분은 정말 괜찮은 분이에요’라고 강조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번엔 제발…’ 하고 기도하게 된다.
강남역 근처 호텔 라운지에서 보내는 주말
주말마다 강남역 근처 호텔 라운지에서 맞선을 보는 게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옷도 신경 써서 입고 머리도 새로 하고 갔는데, 이제는 그냥 무덤덤하다. 한 번은 상대방이 너무 딱딱하게 굴어서 대화가 뚝뚝 끊기는데, 그 시간이 정말 1시간이 10시간처럼 느껴지더라. ‘이럴 거면 차라리 집에서 쉬지’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비싼 돈 내고 시작한 거니까 꾹 참고 끝까지 대화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 차라리 친구가 사회 봐주기로 한 예식장 대본이나 미리 봐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지치는 느낌
주변에선 좋은 사람 만나려면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노력이 꼭 이렇게 기계적으로 횟수를 채우는 방식이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가끔은 내가 결혼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인생의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성혼 비율이 5만 명이 넘는다는 광고를 보면 ‘나도 언젠간 저기 들어가겠지’ 하다가도, 막상 다음 주말에 잡힌 약속을 확인하면 또다시 한숨부터 나온다.
여전히 남은 불확실함
무제한 매칭을 선택해서 선택지가 넓어진 건 분명하다. 하지만 선택지가 넓어질수록 결정하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말이 딱 맞다. 이 사람이 괜찮은 것 같아서 다시 연락을 해보면, 또 다른 매칭 상대가 기다리고 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을 온전히 마주하기보다는 ‘조건’이라는 필터를 먼저 들이대게 되는 내 모습이 조금 낯설다. 다음 달에는 또 어떤 분을 만나게 될지, 그리고 그 만남이 내 인생의 어떤 지점에 닿게 될지 전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찾던 이상형이 사실은 이 사무실의 데이터 속에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그냥, 이번 주말은 좀 쉬고 싶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정말 카페랑 많이 다르네요. 특히 상담사분들의 모습이 좀 딱딱한 느낌이어서, 소개팅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저에게는 낯설었었어요.
무제한 매칭은 선택지가 많아지긴 하지만, 오히려 제가 좀 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경험 같아요. 상담사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거래' 같은 느낌이 들 때 가끔은 제가 원하는 게 뭔지 헷갈려요.
강남역 호텔 라운지, 처음엔 분위기 때문에 갔는데 점점 시간 낭비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횟수제 때문에 오히려 더 계산적으로 느껴지네요. 무제한 매칭이 더 편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