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정보 업체에 기웃거리다 자격증 사이트만 잔뜩 즐겨찾기 해뒀네

결혼 정보 업체에 기웃거리다 자격증 사이트만 잔뜩 즐겨찾기 해뒀네

나이 먹고 갑자기 시작된 결혼 걱정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하고, 명절마다 친척들이 넌지시 묻는 질문들에 지쳐서인지 요즘 들어 부쩍 결혼 정보 업체 사이트를 뒤적이게 된다. 사실 처음에는 정말 가볍게 시작했다. 40대 소개팅이 얼마나 활발한지, 요즘 결혼 시장이 어떤지 궁금해서였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무슨 학교 성적표 제출하듯 증빙 서류를 요구하는 게 꽤 압박으로 다가왔다.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고 차가운 느낌이랄까. 괜히 내 스펙을 저울질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중간에 창을 닫아버린 적도 벌써 몇 번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만나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자격증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기분

결혼 정보 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계속 ‘자기 계발’로 눈이 돌아간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업체에서 요구하는 서류들 중에 자격증 항목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학벌이나 연봉 말고도 남들 다 가지고 있는 민간 자격증이라도 몇 개 더 적어내야 점수가 올라갈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최근에는 홧김에 국가공인민간자격증 같은 걸 검색해보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경기도일자리재단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살펴봤다. 비전공자나 경력단절 여성도 지원 가능하다는 문구를 보니, 차라리 결혼 준비할 돈으로 자격증 공부나 해서 내 몸값을 올리는 게 더 생산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참 이상한 심보다.

잡 페스타에서 느낀 묘한 동질감

얼마 전에 광주여성 잡 페스타 소식을 접했는데, 사실 그게 취업 박람회이지 않나.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한 번 가보고 싶더라. 40개 기업이 참여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구인·구직 상담 부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내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누군가는 일을 구하고, 누군가는 짝을 구하고. 사실 둘 다 본인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할지도 모른다. 이력서 사진 촬영 서비스도 지원해준다는데, 그런 거 찍으러 가야 하나 싶다가도 막상 그 자리에 가면 내가 너무 구직자처럼 초라해 보일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환경에 발을 들이는 게 왜 이렇게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모르겠다.

주말부부와 직업의 현실 사이

최근에 본 기사 중에 남편이 죽고 나서야 상간 소송을 겪게 된 여성의 사례가 있었다. 직업 특성상 출장을 자주 가서 주말부부처럼 지냈다는데, 그 사연을 읽으며 덜컥 겁이 났다. 결혼이라는 게 단순히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이상의, 삶의 복잡한 리스크를 다 감당해야 하는 계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지금 자격증 사이트를 보며 준비하려는 삶이 과연 내가 원했던 결혼 생활인지, 아니면 그냥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도피처인지 도통 모르겠다. 30만원대 상담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차라리 이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을까 싶기도 하고.

여전히 결론은 나지 않은 채

결국 어제도 밤새 결혼 정보 업체 홈페이지와 온라인 자격증 취득 사이트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뭔가 하나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은데,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40대라는 나이가 결코 적지 않아서 조급함은 계속 드는데, 정작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가끔 사이트 뒤적거리면서 나 스스로 준비가 안 됐다고 합리화하는 게 편한 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결정을 내리게 될까. 아니면 그냥 이대로 자격증만 수집하다가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릴지, 그런 막연한 불안함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당장 내일은 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

댓글 3
  • 경기도일자리재단 교육 프로그램도 살펴보시는군요. 저도 비슷한 고민 때문에 관련 사이트들을 자주 보거든요.

  • 경기도일자리재단 교육 프로그램도 살펴보셨다니, 저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비슷한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광주 여성을 위한 잡 페스타에서 겪는 막연한 공감이 느껴지네요. 저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