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까지 내려가서 어색한 차 한 잔만 마시고 돌아왔던 주말

천안까지 내려가서 어색한 차 한 잔만 마시고 돌아왔던 주말

주선자 눈치 보기 싫어 가입했던 소개팅 앱의 첫인상

주변 친구들에게 매번 아쉬운 소리 해가며 누구 소개해달라고 조르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어느 순간부터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잘 안되면 주선해 준 친구 얼굴 보기도 껄끄럽고,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 과정 자체가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차라리 내 돈 내고 내가 사람을 찾는 게 속 편하겠다 싶어서 모두의소개팅이라는 어플을 깔아보게 되었다. 요즘은 이런 비대면 매칭 서비스가 워낙 많다 보니 어떤 걸 골라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지인이 직접 다리를 놔주는 일반적인 소개팅에 비하면 진입장벽이 낮아 보여서 일단 가입부터 진행했다. 가입 절차는 생각보다 깐깐했다. 직업이나 사는 곳, 성격 같은 것들을 이것저것 입력해야 했는데, 마치 내 가치를 서류로 증명하는 기분이 들어서 첫 단계부터 묘하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잘 모르는 타인에게 내 신원을 보장받으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나 싶어 꾸역꾸역 빈칸을 채워 넣었다. 프로필 사진을 고르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내 모습이 잘 나온 사진을 고르다가도 너무 가식적으로 보일까 봐 몇 번을 지웠다 쓰기를 반복했다.

천안 두정동 조용한 카페에서 마주한 첫 매칭의 어색함

프로필을 올리고 나서 실제로 매칭이 성사되기까지는 거의 열흘 정도의 대기 시간이 걸렸다. 매일 밤 퇴근 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혹시나 연락이 올까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지루하고 지치는 과정이었다. 마침내 매칭이 되었을 때 상대방이 사는 곳이 천안이라고 해서 조금 고민하긴 했다. 내가 사는 곳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어차피 주말에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면 되겠지 싶어 약속을 잡았다. 첫 만남 장소는 천안 두정동 먹자골목 근처에 있는 어느 조용한 개인 카페였다. 역에서 나와서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한적한 골목에 위치해 있었는데, 초행길이라 길을 헤매는 바람에 약속 시간에 거의 딱 맞춰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말 오후라 그런지 커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구석 자리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대방이 보였다. 사진으로 보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지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약속 장소 근처의 주차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골목길을 몇 바퀴 돌았던 터라 시작부터 진이 조금 빠진 상태였다.

생각보다 쉽게 열리지 않는 대화와 프로필 속 괴리감

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나서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생각만큼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앱의 프로필에서는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실제로 만나보니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낯가림이 심한 분이었다. 나 역시 그렇게 사교적인 편이 아니다 보니, 중간중간 뚝뚝 끊기는 정적을 메우기 위해 아무 말이나 던져야 했다. 요즘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천안 맛집,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까지 쥐어짜 내듯 꺼냈지만 상대방의 리액션이 크지 않아 등 뒤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서로 취향이 너무 달랐던 탓인지 공통분모를 찾기가 어려웠다. 프로필 텍스트 몇 줄로 상대방의 성향을 미리 짐작하고 기대치를 높였던 내 잘못이 컸다. 진짜 사람의 온도나 말투, 비언어적인 태도는 스마트폰 화면 너머의 텍스트로는 절대 파악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다. 중간에 음료를 마실 때 얼음 소리만 요란하게 울리는 순간이 가장 괴로웠다.

가입비와 하트 결제로 낭비되는 비용에 대한 회의감

만남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든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다. 처음에 가입하고 프로필을 열람하기 위해 결제했던 비용과 매칭을 신청하면서 사용한 아이템 값까지 대략 35,000원 정도를 썼던 것 같다. 여기에 천안까지 오가는 교통비와 카페에서 음료 두 잔을 계산한 비용까지 더하니 하루 사이에 꽤 쏠쏠한 금액이 지출되었다. 수백만 원을 요구하는 전문 결혼정보회사의 가입비에 비하면 소소한 금액일지 모르겠지만, 결과물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매번 이런 식으로 돈과 시간을 쓰는 게 맞나 싶은 회의감이 밀려왔다. 차라리 그 돈으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동네 술집에서 편하게 맥주나 한잔 마시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이로웠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고 매칭이 될 때마다 매번 이 정도의 노력과 비용을 투자할 만큼 내가 연애에 간절한가에 대한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직장인에게 이런 소모적인 지출은 은근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인연을 억지로 찾아 나서다 결국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길

대략 한 시간 반 남짓의 어색한 대화를 끝으로 우리는 서로 조심히 들어가라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카페를 나와 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해가 어스름하게 지고 있었다. 상대방도 나처럼 피곤했을 것이고, 주말 아까운 시간을 내어 어색한 자리를 지키느라 고생했을 터였다. 집에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켜보니 잘 들어갔냐는 형식적인 안부 문자 하나가 와 있었고, 나 역시 무난하게 답장을 보낸 뒤 대화창을 종료했다. 더 이상의 연락은 서로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억지로 인연을 만들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공허함만 커지는 것 같다. 다음 주 주말에는 그냥 집에서 밀린 빨래나 하고 잠이나 푹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며 쓸쓸히 눈을 감았다. 여전히 누군가를 만나고는 싶지만, 이런 식의 인위적인 만남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댓글 1
  • 두정동 카페 분위기가 사진이랑 조금 달라서 그런지 어색하네요. 혼자 가는 게 답이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