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결정사에 다녀오고 나서 든 생각들

창원 결정사에 다녀오고 나서 든 생각들

상담 예약하고 가는 길의 묘한 기분

며칠 전 창원 쪽 결정사에 다녀왔다. 사실 내 의지라기보다는 부모님의 성화가 컸다. 요즘은 다들 늦게 결혼한다지만, 30대 중반이 넘어가니 집안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부산이랑 창원은 가깝지만 그래도 차를 몰고 나가려니 괜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상담 예약 시간은 오후 2시였는데, 가는 길에 선유도나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결정사라고 하면 뭔가 아주 대단하고 은밀한 공간일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그냥 평범한 사무실 건물이었다. 상담비가 든다 안 든다 말이 많았는데, 일단 예약 절차를 밟는 것부터가 내 인생의 큰 숙제를 시작하는 것 같아 묘하게 무거웠다.

상담실의 공기와 건네받은 서류들

상담사분은 생각보다 훨씬 사무적이었다. 내가 기대한 건 인생 상담 같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데이터 위주로만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연봉, 학벌, 직업 같은 걸 줄줄이 적어 내려가는데 내가 무슨 상품 목록을 작성하는 건가 싶었다. 비용 이야기가 나왔을 때 솔직히 헉 소리가 났다. 수백만 원 단위가 오가는데, 이게 내가 나중에 결혼까지 이어질 확률을 산 건지, 아니면 그냥 소개팅 자리를 몇 번 예약한 건지 경계가 모호했다. 부산결정사나 울산 쪽도 알아볼까 고민했는데, 그냥 집이랑 가까운 곳이 최고라는 생각에 여기서 결정을 내릴지 말지 갈등이 깊어졌다.

프로필 사진의 딜레마

사진이 참 문제였다. 평소에 셀카를 잘 안 찍기도 하고, 스튜디오 가서 찍으려니 그것도 다 돈인데 옷은 뭐 입어야 할지부터 막막했다. 상담사분은 무조건 깔끔하고 정돈된 사진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마치 서류 전형 붙으려고 자소서 쓰는 기분이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사진 한 장에 내 가치가 결정되는 것 같아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웃으면서 ‘그래도 그런 거라도 하는 게 어디냐’고 하는데, 내심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편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집 근처 사진관에서 정장을 빌려 입고 찍었는데, 내가 봐도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주말마다 쏟아지는 소개팅 알림에 대하여

결국 가입을 하고 나니 일주일에 한두 번씩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부산소개팅이나 창원 인근에서 만남이 잡히는데, 처음에는 기대도 했다. 근데 막상 나가보니 결정사 만남이라는 게 참 건조하다. ‘어디 사세요?’, ‘직업은요?’, ‘취미가 뭐예요?’ 같은 질문이 마치 면접처럼 오간다. 한 번은 상대방이 내가 생각한 느낌과 너무 달라서 당황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도 나랑 비슷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더라. 우리는 그냥 서로의 조건을 확인하는 기계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졌다. 이게 맞나 싶다. 횟수제라 정해진 횟수를 다 채우면 또 돈을 내야 한다는데, 돈 쓴 만큼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공허할 줄은 몰랐다.

여전히 남는 불안함과 앞으로의 시간들

가끔은 이렇게 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 부산이나 창원 쪽 동호회 같은 데 나가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막상 동호회는 너무 가볍고 결정사는 너무 무겁고, 그 사이에서 나는 길을 잃은 기분이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마음은 더 헛헛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상담사분은 좋은 분 많다고 자꾸 안심시키는데, 그분들 입장에선 실적이 중요하니까 당연한 말이겠지. 오늘도 결정사에서 온 알림 문자를 확인했지만, 답장을 보낼지 말지 한참을 망설이다 그냥 창 밖만 내다봤다. 결혼은 대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댓글 1
  • 결정사 분위기가 생각보다 조용해서, 자기 전에 알림 확인하는 게 좀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