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사 등급표, 그 적나라한 숫자의 함정에 대하여

결정사 등급표, 그 적나라한 숫자의 함정에 대하여

결혼정보회사, 일명 ‘결정사’에 관심을 두는 3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것이 바로 ‘결정사 등급표’입니다. 저 역시 3년 전,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강남의 유명 업체 몇 곳에 상담을 다녀왔습니다. 당시 저는 30대 중반, 대기업 과장급 연봉을 받고 있었기에 스스로 꽤 괜찮은 조건이라 자부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실에서 마주한 현실은 사뭇 달랐습니다.

상담사들이 내미는 등급표는 냉정했습니다. 아니, 사실 등급표라는 실체가 딱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닙니다. 상담사가 내 스펙과 외모, 심지어 부모님의 직업과 거주지까지 입력하면 내부 시스템이 산출하는 일종의 ‘점수’가 있을 뿐이죠.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 느꼈던 그 묘한 자존심의 타격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키가 몇 센티미터 작아서, 혹은 부모님의 노후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감점이 된다는 설명을 들을 때면, 인격이 아니라 상품이 된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등급이 곧 내 가치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어떤 지인은 등급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전문직 자격증을 따거나 대출을 받아 거주지를 옮기려 하더군요. 하지만 이건 명백한 전략적 실패입니다. 결정사에서 매기는 등급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른 ‘거래 가치’일 뿐, 사람 그 자체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제 경우도 처음엔 굴욕적인 점수를 받았지만, 막상 소개받은 사람들과 실제 대화를 나눠보니 서류상의 등급과 실제 케미스트리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결정사 가입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보통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호가합니다. 횟수제인지 기간제인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략 5회 만남에 300~500만 원 정도를 지출하는 경우가 흔하죠. 하지만 이 비용을 낸다고 해서 원하는 사람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가입비만 500만 원을 날리고, 소개받은 사람들과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아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저도 결국은 몇 번의 소개 끝에 ‘이게 정말 맞는 방식인가’ 하는 의구심 때문에 더 이상의 연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결정사를 이용할지 말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내가 바쁜 일상 속에서 타인을 만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면 가입비 300만 원을 들이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사람을 조건으로 필터링하는 과정 자체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굳이 이런 시스템에 몸을 담글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 결정사에서 만난 사람보다 동호회나 모임에서 만난 사람이 훨씬 인간적이고 대화가 잘 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곳에서는 등급이 없었으니 더 편했겠지요.

결론적으로 이 글은 결정사를 무조건 피하라는 것도, 꼭 가입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등급표를 보고 좌절하거나 반대로 우쭐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곳의 등급은 수많은 타인 중 한 명의 주관적인 기준을 수치화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실제 현장에서는 등급보다 중요한 것이 말투, 태도, 그리고 상대의 상황을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after actually going through this, 저는 등급표가 그저 결혼 시장의 아주 좁은 일면만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데이터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런 조언은 본인의 조건을 객관적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 조건보다 감성적 교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면, 결정사 가입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취미 활동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을 권합니다. 다음 단계로 상담을 고민하신다면, 당장 결제하지 말고 일단 세 군데 정도 업체를 방문해 상담만 받아보세요. 계약 강요에 흔들리지 않고 상담사의 태도와 나를 대하는 시각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부가 됩니다. 물론,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니 기대는 최소화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댓글 1
  • 점수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주변 환경과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라는 메시지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