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 촬영 때 느꼈던 이상한 피로감
부산에 있는 꽤 유명한 스튜디오를 예약했다. 토탈샵이라고 해서 드레스부터 메이크업까지 다 해결해 준다길래 편하겠다 싶었는데, 막상 닥쳐보니 묘하게 기운이 빠지는 부분이 있었다. 촬영 날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끝났는데, 중간에 간식 챙기고 촬영 작가님 눈치 보고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에너지를 잡아먹더라. 특히 신부 관리가 며칠 전부터 중요하다고 해서 피부과도 다녀오고 나름 신경을 썼는데, 정작 촬영할 때는 조명이 너무 강해서 내가 공들였던 화장이 다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결과물을 받아보니 예쁘긴 한데 ‘이게 진짜 나인가’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포토샵으로 너무 매끄럽게 깎아놓으니까 옆에 있던 예랑이도 그냥 웃더라. 돈은 인당 20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이게 정말 적정한 가격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들 다 하니까 하는 느낌이 강해서 사실 중간중간 ‘그냥 하지 말까’라는 생각이 스쳤던 것도 사실이다.
사람 부르는 일이 생각보다 번거롭더라
결혼식장 정할 때도 고민이 많았다. 부산은 해운대 쪽이 아무래도 예쁘긴 한데 주차 문제 때문에 부모님들 반대가 심했다. 결국 서면 근처로 잡았는데, 위치는 무난하지만 내가 꿈꾸던 그런 그림은 안 나왔다. 친구들이나 친척들한테 모바일 청첩장 돌리는 것도 일이다. 카카오톡으로 보내면서 ‘혹시 부담스럽진 않을까’ 고민하다가, 막상 답장 없는 지인들을 보면 또 묘하게 서운해지는 내가 싫어졌다. 관계가 소원해진 지인들에게 굳이 결혼 소식을 알리는 게 맞나 싶어서 리스트를 몇 번이나 수정했는지 모른다. 명단에서 지울까 말까 고민했던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축의금 문제로 서로 불편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먼저 앞섰다.
빚 문제와 결혼 사이에서 오는 현실적인 불안감
최근에 예비신랑이랑 예산 문제로 대판 싸웠다. 전세 자금 대출이랑 각자 가지고 있는 예금 상황을 정리하는데, 내가 몰랐던 소소한 빚이 튀어나왔다. 예전에 학자금 대출 마무리 단계인 줄 알았는데 이자가 덜 빠져나갔다거나 하는 그런 자잘한 문제들이다. 파산이나 신용 회복 관련 글들을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 결혼을 앞두고 이런 걸 따져보는 게 참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결혼하면 모든 게 합쳐진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서로의 치부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가 더 큰 숙제 같다. 남편이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지 걱정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 있는데, 우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더라. 누구 하나 선뜻 말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 더 조심스러워진 것 같다.
혼자 고민하는 시간들이 늘어간다
연애할 때는 서로 좋은 것만 봐도 충분했는데, 결혼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모든 상황이 다 검증 대상이 된다. 세이클럽이나 카카오톡 소개팅으로 만나는 가벼운 관계들만 보다가 직접 내 인생을 누군가와 섞으려니 무서운 게 당연한 것 같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지냈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이상형 테스트니 뭐니 하면서 재미로 연애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현실 조건들을 따져야 하니 마음이 팍팍해진다. 어제는 엄마랑 전화하다가 또 울컥해서 짜증을 부렸다. 엄마는 그냥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하시는데, 그 말이 왜 그렇게 위로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데, 사실 다들 이런 구석들을 감추고 사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결혼식 그 이후에 남는 것들에 대하여
사실 결혼식 자체보다는 그 이후의 삶이 더 두렵다. 부산에서 신혼집 구하면서도 계속 생각이 바뀌었다. 조금 더 넓은 집을 가려면 대출을 늘려야 하고, 그럼 당분간 여행은 포기해야 한다. 이런 결정들을 내릴 때마다 우리가 정말 우리만의 속도로 살고 있는 건지 가끔 의심이 든다. 촬영 사진을 보다가도 그냥 앨범 속에 넣어두고 꺼내보지도 않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모든 준비 과정이 나중에 추억이 된다기보다는 그냥 ‘해치워야 할 숙제’ 같아서 씁쓸할 때가 있다. 아직 결혼식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남은 기간 동안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들이 튀어나올지 벌써부터 피곤함이 몰려온다. 막상 그날이 되면 정신없이 지나가겠지만, 지금 이 복잡한 마음은 정리가 잘 안 된다.
촬영 당일 조명 때문에 화장이 제대로 안 먹히는 게 정말 안타깝네요. 저도 촬영 전에 피부 관리에 신경 썼는데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더 속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