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남소 리스트를 받게 된 이야기
최근 들어 주변에서 남소, 그러니까 남자 소개를 해준다는 말이 부쩍 들린다. 사실 이게 예전에는 그냥 가볍게 웃어넘길 일이었는데, 요즘은 왜인지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나이가 차서 그런지 아니면 이제 정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자리에 불려 나가는 게 일상이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이번에도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이 부산소개팅 자리를 주선하겠다며 연락이 왔다. 예전에는 와인모임 같은 데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곤 했는데, 이제는 아예 ‘소개팅’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자리가 아니면 기회가 잘 안 생기는 게 현실이다.
단체미팅의 허무함과 결정사의 높은 문턱
한번은 친구가 성화에 못 이겨 청주소개팅 단체미팅 자리에 나갔던 적이 있다. 가격은 3만 원 정도였나, 커피값이랑 대관료가 포함된 거였는데 2시간 정도 카페에 앉아 로테이션으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영양가 없는 대화의 연속이었다. ‘어디 사세요?’, ‘직업이 뭐예요?’ 같은 질문들. 이런 게 효율적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현장에 있으면 내가 마치 상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혼중매 업체나 결정사도 알아봤는데, 초기 상담 비용부터가 꽤 부담스럽더라. 수백만 원을 내고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나한테는 아직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아서 일단 서류만 받아보고 덮어두었다.
창원소개팅 현장에서 느낀 미묘한 거리감
얼마 전에는 업무차 출장을 갔다가 아는 분의 권유로 창원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딱히 기대는 안 했다. 상대방은 공기업에 다닌다고 했는데, 대화 내내 자기 회사 자랑만 늘어놓는 모습이 조금 안쓰러웠다. 부산까지 왕복하는 기름값이나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이게 맞는 건가’ 싶을 때가 많다. 차라리 혼자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실 소개팅 사이트나 앱도 가입해 봤지만,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의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금방 삭제했다.
왜 남소 이야기에 예민해지는 걸까
누가 누구에게 남소를 해줬다더라, 혹은 내가 남소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면 가끔은 억울할 때가 있다. 내가 원해서 받은 것도 아닌데 마치 내가 간절히 누군가를 찾는 사람처럼 비춰지는 게 싫달까. 예전에 안 좋게 헤어진 사람이 나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화가 났다. 내가 남소를 받아서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게 왜 그렇게 과장되게 포장되는지 모르겠다. 소문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지만, 가끔은 이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다시금 반복되는 일상들
이제는 누가 남소 이야기를 꺼내면 일단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정말 괜찮은 사람일까? 아니면 그냥 자리를 채우기 위한 구색 맞추기일까? 사실 소개팅이라는 게 그렇다. 직접 부딪혀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가끔은 잘 풀려서 연락을 이어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흐지부지 끝난다. 이번 주말에도 또 한 번 소개받은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데, 솔직히 귀찮다는 마음이 더 크다. 카페에서 1시간 정도 대화하고 나면 또 집에 와서 피로를 느끼겠지. 그래도 또 안 나가면 나중에 후회할까 봐 꾸역꾸역 나가는 것 같다. 대체 언제쯤 이런 과정들이 자연스럽고 즐거워질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