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문득 생각난 그날의 카페
며칠 전 새벽에 뜬금없이 옛날에 맞췄던 팔찌 사진이 휴대폰 앨범에 떴다. 이미 헤어진 지 꽤 됐는데, 왜 굳이 그런 알고리즘이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때 우리가 맞췄던 건 대단한 명품 같은 것도 아니었다. 홍대 근처 골목길에 있던 작은 액세서리 가게에서 3만 원인가 4만 원 정도 주고 산 투박한 가죽 팔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퀄리티가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그게 뭐라고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비싼 브랜드 팔찌를 선물하고 재회하는 장면을 보면, 예전에는 참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제 와서 보니 그냥 그건 그 사람들의 방식일 뿐, 현실의 나는 그냥 그 팔찌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서랍 구석에 처박아둔 내 모습만 덩그러니 남았다.
재회운이라는 검색어를 치게 되는 밤
사람 마음이 참 웃긴 게, 팔찌 사진 하나를 보니까 갑자기 ‘재회운’이나 ‘재회 상담’ 같은 단어를 검색하게 되더라. 새벽 두 시에 무심코 검색창에 무료 재회 상담 같은 걸 입력해놓고,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서 바로 창을 닫았다. 사실 재회 부적이나 재회 타로 같은 것도 예전엔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사람 심리가 참 간사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걸 믿고 있는 내 모습이 좀 안쓰럽기도 했다. 솔직히 다시 만난다고 해서 우리가 달라질 게 있을까. 그때처럼 싸우고, 또 똑같은 문제로 상처받다가 결국 헤어지는 결말이 뻔히 보이는데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그냥 다 모르겠고 연락 한번 해볼까 하는 충동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낙산공원 언덕길의 기억
텔레비전에서 진이한인가 하는 사람이 낙산공원 언덕을 헉헉거리며 올라가서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장면을 봤다. 왜 굳이 힘든 길을 택해서 재회를 하는 건지, 아니면 그게 그 사람의 정성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런 정성을 쏟을 자신도 없고, 다시 그 언덕을 함께 걷는 상상을 해봐도 마냥 설레기만 하지는 않는다. 그때 우린 왜 그렇게 서로에게 날이 서 있었을까. 팔찌를 선물했던 순간은 분명 따뜻했는데, 그 따뜻했던 기억이 지금은 왜 이렇게 차갑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다 잊었으면 좋겠는데, 휴대폰 사진첩 속의 그 팔찌는 여전히 그때 그 색깔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지 않을 걸 그랬다는 뒤늦은 후회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그 액세서리 가게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 같다. 아니, 팔찌를 맞추지 않았을 것 같다. 물건에 의미를 담는다는 게 결국 나중에 이렇게 짐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요즘은 그냥 심플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와 다시 만나기 위해 재회 컨설팅을 받거나 운세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그냥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일 것 같은데, 이게 참 말처럼 쉽지가 않다. 밤만 되면 왜 자꾸 그때 그 팔찌를 샀던 카페의 조명이나, 팔찌가 손목에 닿았을 때의 그 서늘했던 느낌 같은 쓸데없는 기억들이 떠오르는 건지.
여전히 남아 있는 묘한 미련
어젯밤에는 꿈에 그 사람이 나왔다. 꿈속에서도 우리는 그 팔찌를 하고 있었고,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다. 깨고 나니 현실은 너무 차갑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는데, 왠지 손목이 허전한 것 같기도 하고 무거운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었다. 재회라는 게 단순히 마음만으로 되는 건지, 아니면 운이 따라줘야 하는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재회 자체가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의 나를 그리워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팔찌를 버릴지 말지, 아니면 그냥 서랍 깊숙이 넣어둘지. 오늘도 결론은 나지 않은 채, 휴대폰 갤러리를 닫고 그냥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가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 두시에 검색하는 모습, 정말 공감돼요. 저도 가끔 헛된 희망에 빠지곤 하거든요.
사진첩에 뜬금없이 옛 팔찌가 떠올라요. 그때는 가볍게 생각했던 물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